담석증 일기 3
19.01.31
병명은 담석증. 보통 입원하는 날 각종 검사를 해야 하지만 난 그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2주 전 같은 병원에 입원하면서 필요한 모든 검사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 1월 4일부터 1월15일까지 정형외과에 입원했었다. 무릎에 원인 모를 종기가 났는데 2주 정도 지나니 무릎이 붓고 걷기도 힘들어졌다. 피부과를 두 군데 갔지만 낫지 않아서 정형외과에 가니 슬개건(무릎 인대)에 염증이 찼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입원하고 MRI까지 찍었다. 그런데 다행히 인대는 괜찮았고 나이롱환자처럼 12일간 항생제, 소염제를 맞으며 염증을 가라앉혔다.
그런데 1월21일. 담석증 증상이 나타났고 설 끝나고 수술을 받으려 했으나 꼭 일주일만인 1월28일 같은 증상이 나타나 곧바로 수술날짜를 잡았다. 결혼을 12월에 했는데 새해가 되자마자 입원을 두 번하고, 결혼 후 첫 명절에 시댁도 못가고 병원에 누워있어야 했던 복잡한 심경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신혼생활 두 달 중 한 달은 병원에 있었던 것이다. 나와 친정은 "건강이 우선이지."라고 말해주는 착한 남편과 시댁에게 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정형외과에 입원할 때와 달리 이번엔 수술이 결정된 후 입원을 했기 때문에 진짜 병자 신분인 것 같았다. 그런데 병실에 들어가니 정형외과 입원 때와 똑같은 3인실인데도 좁고 칙칙한 방이라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어쨌든 다음 날 오전 11시 수술 예정이었으나 9시에 수술이 예정된 환자의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내가 9시에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밤 12시부터 금식을 시작했다.
19.02.01
오전 7시
수술 들어가기 전에 굵은 바늘을 꽂아야 해서 링거를 맞는데 실패. 다른 간호사가 들어와 두 번을 시도했으나 또 실패한 후 다른 간호사를 불러오겠다며 나갔다. 다른 간호사가 들어와 팔뚝까지 시도했으나 두 번 추가로 실패. 총 다섯 번을 실패하고는 간호사는 한참을 안 들어왔다. 그래서 남편이 간호사실에 주사를 안 놓냐고 물으니 곧 들어온단다. 아마 제일 높은(?) 간호사가 출근할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
오전 8시 40분
수술시간이 지나 간호 팀장이라는 사람이 들어왔는데 손을 만져보더니 몸이 너무 차다며 찜질팩이랑 이불을 하나 더 들고 와서 몸을 둘러쌌다. 5분 뒤 다시 와서 보더니 방법이 없다며 주사를 훅 꽂았다. (꽤 아팠다.) 혈관 앞부분이 좀 터지긴 했지만 약은 들어가고 있으니 이대로 수술에 들어가야 한단다. 수술은 10시쯤 가능하다고 했다, 분명. 그런데 10시가 지나도 소식이 없어 남편이 간호사실에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어제 9시 수술이 예정되었던 환자의 검사 결과가 나와서 수술중이란다. 그럼 우리가 물어보기 전에 말해줬어야 했던 것 아닌가.
오전 11시
아직 아무 소식도 없다. 11시 10분쯤 남편이 간호사실에 가니 수술실에 얘기해뒀으니 기다리란다. 기다리는거야 할 수 있지만 또 체했는지 입원 전부터 속이 안 좋았다. 밤 12시부터 물도 안 마셨지만 체기는 가라앉지 않고 그 영향으로 두통이 계속 됐다. 그래서 '빨리 수술 들어가서 잠이나 자야지’했는데 수술은 미뤄지고 병원측은 우리가 물어볼 때까지 상황 설명도 안 해주니 답답했다.
그러곤 30분쯤 지났나, 한 간호사가 오더니 수술방이 다 차서 수술이 오후로 미뤄진다고 한다. 그 굵은 주사를 놓는 데 다섯 번이나 실패하더니 이젠 수술도 미뤄졌단다. 친정과 시댁에서는 언제 수술을 들어가는지 계속 연락이 오는데 할말이 없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난 언성을 높여 짜증을 냈다. 수술 들어간다고 한 지가 언젠데, 두통도 심해지는데 어쩌라는 거냐고. 이 모든 게 간호사 잘못은 아니지. 혈관이 얇고 약한 건 내 잘못, 수술방이 다 찼고 마취 간호사가 두 명 밖에 없는 것은 병원시스템 잘못이지. 하지만 적어도 상황 설명은 제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수술이 계속 미뤄진 탓에 화가 난 아빠는 회사에서 병원까지 한숨에 달려 오셨다. 수술을 해야 하는 집도의에게 화를 낼 순 없어 상황이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조곤조곤히 조목조목 물어보셨다. 의사가 고개 숙여 사과했다는데 어쩌겠는가.
결국 수술은 6시간이 미뤄져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갑상선암 수술 때는 입원도, 수술도 다 처음이라 모든 게 신기했고 두려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술방에 들어가기 위해 침대에 뉘어졌다. 천장의 형광등을 하나씩 스칠수록, 그렇게 수술방과 가까워질수록 맥박이 빨라졌다. 수술 전 간호사가 내 신상을 하나씩 확인했다. 갑상선 약은 먹었냐고 묻길래 안 먹었다고 하니 왜 안 먹었느냐고 한다. 금식이라서 물도 먹지 말라더니. 그럼 약은 먹어도 된다고 말해주든가. 수술이 6시간 미뤄지는동안 병원은 대체 내게 무슨 설명을 해줬는가.
수술방에 들어갔다. 역시 수술방은 쌀쌀하다. 다시 맡기 싫은, 수술방 공기와 닮은 싸한 소독약 냄새가 풍겼다. 수술방 침대로 올라가는데 등골이 시렸다. 수술대 위 조명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왼쪽 손목에 꽂힌 바늘이 왠지 불편해서 간호사에게 링거줄을 좀 정돈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체한 것 같다고, 음식이 목에 걸려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날 불편하게 만드는 증상들. 사실 수술하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난 꽤나 예민했고 불편한 모든 것을 수술 관계자에게 보고해야 했다. 몸에 칼 대는 수술이 처음이 아니라서 늠름하게 받고 나올 줄 알았는데, 처음보다 난, 더 어려졌고 더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