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현지인 집들이 선물준비

타슈켄트 최고급 케이크 사기

by 박수소리

"저녁에 다시 데리러 올게. 한 6시쯤."
숙소에 오니 멍해졌다. 오전에 나에게 발생한 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15년 만에 갑자기 만난 과거의 남자, 그의 차를 타고 10분 간격으로 본 타슈켄트, 타슈켄트의 상상초월 더위, 게다가 저녁에는 그의 부모님과 와이프를 만나게 된다니.


우즈베키스탄도 보수적인 국가 끝판왕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내가 외국인이어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이었다. 나는 할리우드처럼 쿨내 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서로 좋아하기 전, 친구였더라도 하더라도, 그리고 그와의 인연이 아무리 15년 전에 끝난 머나먼 과거라고 해도 전 남자친구를 만나도 아무렇지 않고, 다시 친구로 지낼 수 있고, 그의 부모님과 와이프를 만나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리 없다.


도대체 그는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만나도 이제 너무 아무렇지도 않기에, 나조차 평범한 손님으로 여길 수 있는 건가? 과거에도 그의 행동이 이해 안 갈 때면 '아마 문화차이겠지.' 하고 넘겼던 적이 있다. 전 남자 친구가 나를 다시 친구로 여기며 자신의 가족들에게 소개하고 초대하는 게 정상인가? 그의 쿨내 나는 초대에 나는 당황했지만, 나도 쿨내 나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




차에 내리기 전 그에게 물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손님이 초대받으면 대충 무슨 선물을 사가니? 꽃? 아니면 먹는 거?"
"아무것도 안 사 와도 돼. 너는 예외야."
"음, 그래도 보편적으로는 손님들이 뭐 사 오는데?"
"빵이나 간식 사 오지. 보통 외국인들은 외국에서 사 온 걸 주지만 넌 여행하고 있잖아. 아무것도 사지 마. 이따 봐."
한국에서는 남편이 이런 식으로 갑자기 손님을 초대하면, 손님 초대에 대응해야 하는 아내는 매우 싫어하기 마련이다. 아이비에커의 부모님은 그렇다 치고, 시부모님에 1살 아기까지 양육하는 아이비에커 와이프에게는 무슨 민폐인가. 초대받기도 전에 면목이 없어진 나는, 그럴듯한 선물이라도 꼭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겉으로는 선물을 사 오지 말라면서 선물 받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숨 현금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물을 받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보통 외국인이면 해당 나라의 기념품을, 그렇지 않다면 꽃다발이나 과자 등을 사가는 것 같았다.(출처)


"아, 이럴 땐 케이크가 제격이죠. 15분 정도 걸어가면 고급 베이커리가 있어요."

게스트하우스 아저씨의 추천에 따라, 나는 홀로 길을 나섰다. 본래는 초르수 바자르에서 꽃이라도 사갈까 생각했지만, 화분 채로 파는 꽃밖에는 없었다. 치안 하나 끝내주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소매치기 걱정 없어, 마음 편히 걸어갈 수 있었다. 여전히 너무 더웠는데, 인도 옆 잔디밭마다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거리 온도를 그나마 낮춰주고 있었다.


Safia bakery에 도착했을 때 내 등과 겨드랑이에는 온통 땀범벅이었다. 어찌나 더운지 이건 산책이 아니라 고된 행군이었다. Safia가게 옆 아동옷가게에서 아이비에커 딸에게 줄 모자와 장난감을 산 뒤, Safia로 향했다.

Safia의 케이크들, 현지 물가 대비 매우 비싼 편이다.


빵빵한 에어컨이 켜진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가니 6명의 직원들이 하나같이 웃으며 환대했다. 외국 손님은 오랜만인지 다들 긴장했다. 내가 러시아어를 못하는 걸 알자, 직원들이 나를 둘러싸고, 자신이 아는 영어를 총동원해서 말을 걸어왔다. 나중에는 다들 각자 핸드폰에서 번역기를 활용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해보기 시작했다.
"한국인이세요?"
"타슈켄트에 얼마나 있는 거예요?"
"누구한테 선물할 거예요?"
"지금 어디에 살아요?"
다들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둘러쌓고 한참을 이야기했다.


Safia는 매장도 깔끔하고 그곳에서 생산하는 케이크나 빵도 한국의 베이커리에 견줄 만한 질을 가지고 있었다. 가격도 그만큼 비쌌다. 선물할 만한 크기의 라운드 케이크 하나당 2~3만 원을 호가했다. 가격이 비싼 만큼 외국 카드도 긁을 수 있어 현금 거지인 나를 안심시켰다.

이 날씨에 케이크 들고나갔다가는 케이크 크림이 다 녹을 것 같아, 친절한 직원들이 불러주는 얀덱스 택시를 타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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