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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소리 May 18. 2023

사마르칸트 시내 산책 이모저모

채식식당부터 공자아카데미까지

사마르칸트의 채식식당

 우즈베키스탄에서도 HappyCow가 날 구원해 주었다. 사마르칸트에는 총 4개의 채식 가능한 식당이 있다. 외국인들의 끊임없는 요구를 받아들인 식당이 점진적으로 채식지원가능한 메뉴를 도입한 것 같았다. 사마르칸트에 앞서 방문해 식당에 채식으로 주문했을 선배 채식인들에게 새삼 감사했다. 알리셰르 나보이 공원 바로 앞에 있는 Old city restaurant가 그중 하나였다.  외국인이 많이 오는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보지 못했던 영문메뉴판이 상세히 준비되어 있었다. 식당에는 현지인은 하나도 없고, 외국인 몇 명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와 주원이는 여기서 중앙아시아식 볶음밥인 플로프와 만티, 샐러드를 시켜 먹었다. 샐러드가 만티와 플로프의 느끼함을 그나마 잡아주었다.

비건 플로프(소금, 후추, 지라로 간을 했다)

비건 만티(안에는 감자양파볶음이 들었고, 피가 아주 얇았다, 위에는 건조된 딜이 뿌려져 있었다, 찍어먹는 소스인 요구르트는 비건이 아니다)


사마르칸트의 공자아카데미
 밥을 먹고 조금 더 걸어가니 왠 중국풍 정원이 딱 하고 나타났다. 딱 봐도 이건 중국자본이 투입된 것이었다. 입구에 세워진 돌문에 공자의 작위인 지성선사(至聖先師)가 새겨져 있었다. 아무리 중국자본이 거대하다 하더라도, 현지 이슬람 문화상 공자상까지는 세우진 못한 듯했다. 이곳은 나중에 알고 보니 공자아카데미 본부로 사마르칸트외국어학원과 상하이국제대학 간의 협약에 따라 2014년 11월에 설립된 것이었다. 이 작은 중국풍 공원만 보아도 사마르칸트가 얼마나 국가적으로 해외시장에 노동력을 수출하는데 주력하는지 알 수 있었다. 소비재나 각종 자본 등 중국에 어마어마하게 의존하고 있는 중앙아시아로써는 중국어를 배우는 것 자체도 엄청난 기회를 잡는 것이리라.

사마르칸트 공자아카데미 중국식 정원


아파트 외벽의 소비에트풍 벽화
 레기스탄을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어느 아파트 외벽에 소비에트풍의 벽화(Soviet mural)가 눈에 띄었다. 우상숭배가 없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기하학무늬 외에 실외벽을 그림으로 채우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사마르칸트에서는 이 아파트 외벽 그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아무런 설명도 적혀있지 않았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어느 소년의 집에 깃털을 드리운 거대한 새가 태양을 향해서 가고 있고, 소년의 어깨에 손을 올린 엄마는 위풍당당한 소년의 운명을 조용히 응원하는 듯 소년의 곁을 지키고 있다. 꽃과 악기를 든 여자들이 소년에게 막 도착한 듯 서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그림 속 거대한 새는 중앙아시아에서 신화시 되는 휴마인 듯했다. 휴마 새가 사람의 머리나 어깨에 깃털을 드리우면 왕권이 부여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저 소년이 바로 왕이 될 상인 것이다. 이 그림이 왜 소련풍으로 그려졌는지 찾아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의 설명을 찾아낼 수 없었다.

아파트의 소비에트식 벽화


반려동물로 개를 좋아하지 않는 무슬림
 걷다 보니 중앙아시아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반려동물샵도 있었다. 한국의 반려동물샵의 경우 개와 고양이가 주인공이고, 그 외에는 새, 곤충, 어항이 있는 반면, 사마르칸트의 반려동물샵에는 온통 새로 가득 차있었다. 문득 타슈켄트에서부터 품었던 의문이 떠올랐다. 우즈베키스탄은 거리가 참으로 깨끗했는데, 산책 다니거나 동네에 그냥 방치되어 있는 개가 한 마리도 없었다. 너무 더워서 개가 다 죽었나, 아니면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깔끔한 걸 좋아해서 개를 안 키우나,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반려동물인 개가 이렇게 한 마리도 없다니 마치 타슈켄트에서는 개라는 동물이 아예 존재 자체도 하지 않는 것처럼.

사마르칸트 펫샵


 찾아보니 무슬림은 사냥, 가축 관리 혹은 농작물 보호 목적을 제외하고는 개를 기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무슬림이 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무슬림이 많이 근로하고 있는 서방세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일하는 이슬람교 택시기사들이 맹인 안내견을 동반한 승객 탑승거부를 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참조)

 생각해 보니 키르기스스탄에서도 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1달 후 우리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가게 되었을 때 비로소 개를 산책하는 현지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도시에 사는 카자흐계 현지인들도 개를 키우는 거 보면,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인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무슬림의 계율이 더 느슨해진 것 같았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우리 친정 개와 함께 산책하면서 개를 많이 찍어 올렸었는데, 그걸 보고는 내 우즈베키스탄 친구들은 어쩌면 더러운 동물을 키운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세상에 개를 더럽다고 생각하는 종교가 있다니,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얼마나 좁았나. 우리 친정집 아파트에서 침대에 개가 같이 자고, 공기 중에 개털이 날아다니는 걸 보면 무슬림들은 정말 더 놀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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