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셰르 나보이는 누구인가요?
주원이를 데리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알리셰르 나보이 공원이었다. 한국은 놀이공원이라고 따로 분류되는 곳에 놀이기구가 배치되어 있는 반면, 중앙아시아에서는 놀이공원이 따로 존재하기보다는 시민들이 즐기는 공원에 기차, 회전그네 같은 놀이기구들을 배치해 두는 경우가 많았다. 입장료는 따로 존재하지 않고, 이용하기를 원하는 놀이기구에 현금으로 개별 지불하면 되었다. 알리세르 나보이 공원에 막 도착했던 오전 10시경, 놀이기구는 모두 아직 잠에서 깨지 않고 있었다. 우리가 기웃기웃거리자, 헐렝이 티셔츠를 걸쳐 입은 놀이기구 담당자가 잔디밭에 앉아있다가 무심히 나타나 느릿느릿 전기스위치를 켰다. 평일 오전 10시, 더위가 이미 찾아온 사마르칸트 공원에는 기차를 타겠다고 나선 관광객은 우리뿐이었다. 주원이는 만숨(한국의 천 원 정도)을 내고 혼자 기차를 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기차 말고도 널따란 물에서 보트 타는 것, 회전목마, 레이싱카도 있었지만, 기차 담당자 외에는 놀이기구들은 저녁 피크타임에만 운영을 할 작정인지 작동할 생각을 안 했다.
공원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노출되어 있는 수로와 분수, 울창한 나무들이 더위 속에 큰 위로가 되었다. 주원이는 물만 보면 나뭇잎을 주워다가 흐르는 물에 띄우거나 떨어뜨리는 놀이를 했는데, 그런 놀이를 한번 시작하면 한참을 헤어 나올 줄 몰랐다. 분수와 수로가 나타나면 그 공간은 주원이의 키즈파크로 변신했다. 여러모로 지친 나는 분수와 수로에 주원이를 맡긴 채, 주원이가 타는 유아차에 앉아 한참을 멍 때렸다. 지나가는 현지인들이 보건 말건, 아기 유아차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고, 나무는 높았다. 심란한 마음이 순식간에 나른해졌다.
알리셰르 나보이 공원이라. 타슈켄트에서도 이미 여러 번 이 이름으로 된 지하철역이나 동상, 극장을 보았다. 내 느낌상 알리셰르 나보이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티무르왕과 더불어 국가 영웅의 쌍벽을 이루는 듯했다.
알리셰르 나보이는 도대체 누구길래 우즈베키스탄 전역에 이렇게 영웅대접을 받는 걸까. 알리셰르 나보이는 중앙아시아의 정치가이며 전통시인이었는데, 현 아프가니스탄의 헤라트에서 나고 자랐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국가 영웅으로 추대받는 역사적 영웅들은 늘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한국의 경우 한민족의 영웅, 즉 민족적으로 기원이 같은 사람을 역사적 인물로 받드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영웅으로 내세우는 티무르왕이나 알리셰르 나보이는 민족적으로 우즈베크인의 혈통과 겹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리셰르 나보이의 얼굴을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 알리셰르 나보이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우즈베크인보 다는 길쭉하면서도 뾰족하게 생긴 아프가니스탄인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럼 도대체 왜 우즈베크에서 알리셰르 나보이가 국가 영웅처럼 떠받들어지는 것인가. 알리셰르 나보이가 사마르칸트에서 머물렀다는 지역적인 연계성도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이고, 또 다른 이유로는 알리셰르 나보이가 시를 쓸 때 페르시아어보다 차가타이어를 사용한 점 때문인 듯했다. 이 차가타이어는 튀르크어족에 속한 언어로, 현 우즈베크어와 위구르어의 전신이 되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사 자체가 정주민의 역사라기보다는 유목민들의 역사이다 보니, 역사적 영웅들도 하나같이 문화권이 짬뽕되어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 같은 생김새와 복장을 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국가 영웅 알리셰르 나보이 동상 앞 분수에서 주원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