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장례식장을 다녀왔어. 집사님 한 분이 부친상을 당하셨거든. 마음이 좋진 않았어. 빈소가 부안에 마련되었다는 소식을 그저께 들었었는데 그날따라 하늘이 너무 좋은 거야. 이렇게 좋은 날 이렇게 슬픈 소식이라니. 집사님 아버님이 본 마지막 하늘은 어떤 색이었을까. 그분의 하늘도 나와 같은 색이었을까. 만약에 그랬다면 적어도. 뻥 뚫린 하늘 따라 올라갈 그 길이 답답해 보이진 않으셨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왜 그런 거 있잖아. 어차피 가야만 하는데, 길이 꽉 막힐 거라는 걸 이미 안다면 출발도 하기 전에 먼저 지칠 거 아니겠어? 기왕 갈 길이라면 따뜻하고 맑고 깨끗한 날. 누구의 방해도 흐릿함도 서글픔도 없을 날. 이제 막 안경점에서 맞춘 새 안경을 쓴 것처럼 전에 없이 선명한 날에 떠나시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그냥 그렇게. 문득. 한숨이나 눈물은 누군가가 이미 실컷 쏟고 있을 테니 나라도 웃자. 울음주머니에 무게를 더하지 말자...
오후 4시쯤에 출발하기로 몇 분과 약속을 잡았어. 난 미리 카페에 가서 기다리기로 했지. 기왕 집을 나설 거 잠깐이라도 열고 한 잔이라도 팔아보자는 심산이었지. 뭐, 매출은 보잘것없겠지만 엉덩이를 붙이고 있기가 힘들더라고. 그런데 이미 출발한 누군가는 부안까지 꼬박 다섯 시간이 걸렸다는 거야. 봄 나들이객들이 대거 몰려나왔대나 뭐래나. 우리는 긴장했지. 출발하면서부터 걱정이 앞섰어. 이러다 오늘 내로 돌아올 수는 있을까? 내일 예배도 있는데? 고민과 걱정, 안쓰러움이 뒤섞여 술렁였지. 다행히 가는 길은 좋았어. 길도 거의 막히지 않았지. 내가 운전을 느긋하게 한다는 소릴 들었는지 한 분은 시작부터 재촉이었어. 그래서 액셀을 힘껏 밟긴 했는데. 사실 달려가는 자동차만큼이나 내 마음은 도망치고 싶었어. 빨리 가는 게 맞는 걸까... 사별한 이의 먹먹한 눈동자를 어떻게 봐야 하나... 달려가는 중에도 마음은 복잡했어. 아직 준비가 한참 덜 됐는데 수능 날 아침 8시쯤에 눈을 뜬 느낌이랄까. 보조석에 앉은 분이랑 농담을 섞어 수다를 떨었지. 다른 날보다 말을 좀 더 많이 했던 것 같아. 목소리도 컸던 것 같고.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런지 힘을 안 주면 아무 말도 못 하겠더라고. 나까지 슬퍼 말자고. 그랬는데 마음이 자꾸 엇나갈 것 같아서.
빈소에서 조문 예배를 마치고 나왔을 때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어. 장례식장 음식은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누가 그러더라고. 그게 가시는 분에 대한 예의라고. 그래서 들어가지 않는 음식을 밀어 넣는데 눈물을 참아내는 것만큼이나 속이 쓰린 거야. 그래 봐야 이제 막 아버지를 보낸 그분 같을까, 또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렇지 않았어. 때로는 방긋방긋 어떤 날은 서글서글하던 집사님 두 분의 눈가가 퉁퉁 부어 있는 것도 신경 쓰여서 내가 뭘 집어먹는지도 모르겠더라고. 그런데 막상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못 했어. 뭐라 위로하면 좋을까 생각만 복잡했는데. 그러면서도 뭐라고 해야지 나름 고민도 했던 것 같은데. 가는 내내 올라오던 체기에 말도 막혔는지 벙어리처럼. 그래서 그냥 먹기만 했어. 쓸 곳 없는 입을 쓸 곳은 먹는데 뿐이더라고.
돌아오는 길은 이미 해가 져서 어둑어둑했어. 같은 길을 거슬러오는데 전혀 다른 길 같았어. 끝나고 나면 마음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더라고.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버린 눈빛이 자꾸만 아른거렸어. 오는 길에는 찬양을 크게 틀었지. 부탁도 있었지만 나도 내심 반가웠던 것 같아. 침묵이 가끔 괴로울 때가 있거든. 귀가 먹먹하리만치 큰 소리를 듣다 보면 소란한 마음 따위 잊히는 것 같아. 그런데 잊히는 게 맞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오래 기억할 것들은 빨리 사라져 버리고, 기억해봐야 소용없는 것들만 왜 늘 그렇게 오래 남는지.
다른 분들을 내려드리고 집에 도착했을 땐 밤 열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어. 잘 다녀왔냐는 아내의 질문에는 그냥 웃었어. 그러네. 난 잘 다녀왔더라고. 누군가의 가슴에 가장 큰 구멍이 뚫린 곳에 나는 특별한 내상 없이 잘 다녀왔더라고. 마치 출근했다가 퇴근하듯이. 늘 그렇듯 약간의 피로감을 얹고서. 그게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잠시 멍했는데. 그때부터 머리가 조금 아프더라고. 얼른 누워서 눈을 감았지.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면서 기다렸어. 이 모든 소란이 어서 잦아들기를. 아픈 누군가가 너무 오래 아프지 않기를.
이건 그냥 일과 보고 같은 거라 별 의미는 없어. 그냥. 내가 어제 장례식장을 다녀온 이야기야. 날이 너무 좋았어. 그 소식을 들은 날도. 빈소로 향하던 날도. 그리고 글을 쓰는 오늘도. '길'한 날에 가신 게 안타까워서. 날이 너무 좋았는데 마음 한 구석이 정리되지 않아서. 그래서 넋두리를 한 것 같아. 해보면 나을까 했는데 막상 또 그렇지도 않네. 그래서 한동안 아프려고. 어차피 오늘부터가 고난 주간이라더라고. 아파보자. 마음껏 아파보자. 티 나지 않게. 홀로 묵상하면서 마음껏. 누군가의 세상에서도 구름이 걷힐 때까지. 보잘것없는 두 손 모아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