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차가워진 손을 잡아본다
마디가 굽혀지지 않을 만큼 딱딱해진 손은
눈물조차 스미지 않고
맞잡을 수 없어 당겨 품은 어깨 아래
덩그러니 놓인 손은
초승달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진다
당연하다고 믿어온 것들이 실은
위대한 노력과 격려의 산물이었다고
굳게 닫힌 입술이 말하는 것과
평안히 감긴 두 눈이 이제 더 이상
슬픔과 마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듯해서
나는 다만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파란 하늘에 그대 이름을 적어본다
그대를 기다리던 오후들처럼
7월의 빛은 뜨겁고 아름답다
우리는 무엇으로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나
그대는 무엇으로 나의 허물을 덮어주었나
용서받는 게 두려워 도망치던 나는
그대의 한숨을 외면했고
수천번은 마주쳤을 그대의 슬픔 대신
길어지는 그림자만 바라보다
연습했던 말을 전하지 못하고
나의 자랑이던 그대의 손을
놓아주어야 했다
차가워진 손으로는
굳어버린 손으로는
전할 수 없었던 말을
이제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