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내어 당당하게 맞서기
테니스라는 취미생활을 하다 보면, 이따금 생각지도 못한 내면의 갈등을 겪게 된다.
30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 하는 동호회 활동을 하다 보면 사람들 간에 서로 주고받는 감정선이 있다.
최프로와 김프로는 서로에게 꽤나 불편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하는 시간대를 일부러 어긋나게 조절하는 듯하다. 마주하기 싫어서다. 그런 두 사람이 오늘, 같은 시간대에 테니스장에 있다.
보통은 이런 경우, 최프로가 먼저 자리를 피했다.
최프로는 테니스를 시작한 지 몇 년 안 된다. 그는 열심히 운동을 하지만 실력 향상은 더딘 편이다. 반면, 김프로는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으나, 평소 저녁 늦은 시간까지 부부가 함께 운동할 수 있었던 덕분에 꽤 실력이 늘었다.
회원들 가운데, 부부가 함께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취미생활을 하기 때문에 테니스회 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또 사람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가 든든한 우군이 된다.
오늘 두 사람은 거리들 두고 앉아 있지만, 다음 경기의 순서가 자신들임을 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최프로는 오늘만은 먼저 자리를 피하기 싫었단다.
이어진 경기에 최프로는 김프로와 반대편으로 경기에 참가했다.
‘최’는 나름 최선을 다한 경기를 했으나, 결과는 ‘패’했다. 그는 경기 내내 상대의 불편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내심 상대방의 콧대를 꺾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경기를 마친 최프로의 모습에서 애써 침착하게 행동하려는 그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말수가 적은 편으로, 조금 독특한 사람이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손해 보는 쪽이다. 그를 대변하는 회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성격 나름 이겠지만, 양 극단의 사람들이 있다.
회원들과의 친교에는 소극적이며, 운동에 집중하고자 하는 사람. (최프로)
적당하게 운동하고, 회원들과의 관계에 민감한 사람. (김프로)
회원들도 ‘최’와 ‘김’, 두 사람 간의 불편한 관계를 알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은 잘 알지 못한다.
‘인지상정’, 보통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를 선호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전해진 이야기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각자의 친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불편한 관계에 휩쓸리기 원치 않는다.
그런 가운데, 두 사람 간의 불편한 감정은 지속된다.
오늘,
자리를 먼저 피하지 않은 최프로의 ‘달라진 행동’을 격려해주고 싶다.
아마도 그는 내면의 갈등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 용기를 내었을 것이다.
오늘의 달라진 행동을 통해서 ‘못나 보였던 자신’과 먼저 화해하기를 바란다.
인생이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가 한 오늘의 선택 결과, 어떤 내일이 전개될지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한 순간적인 선택일지라도, 그 결과로 인해 다가올 미래의 모습은 상당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안다.
내일,
‘달라진 모습의 최프로’를 기대한다.
기대와는 달리, 예전의 모습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 또한 그의 선택일 것이다. 단지 그렇지 않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