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원에서
그날 이후 멀뚱이 형은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학교에 가 봤자 온종일 선생님과 단둘이 교실에 있어야 했거든요. 그곳은 멀뚱이 형이 좋아하는 놀잇감들로 가득했지만, 형은 그게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내가 보기엔 멀뚱이 형은 교실 밖이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았어요. 멀뚱이 형은 수업보다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학교에서는 멀뚱이 형이 토마토밭을 파본다거나, 방금 빨아 넣어놓은 빨래를 내려밟고 냄새를 맡아본다고 했지만 그건 개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죠.
나는 멀뚱이 형이 그렇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학교에서는 규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나 봐요. 사실 나도 멀뚱이 형이 살짝 부러웠어요. 나도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서 선생님만 바라보고,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사실은 힘들었어요. 다른 친구들과 늘 경쟁하는 것도 별로였어요. 꼭 이겨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형처럼 눈치 안보고 언제든지 나가서 밖에서 뛰어놀고 하고 싶은 것 하는 것이 더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훌륭한 개가 되려면, 특히 우리 같이 비글 가문의 경우에는 더욱더 열심히 배워야 가문을 잇는다고 했습니다.
아무도 일등이 아닌 2등은 알아주지 않는다고도 했지요. 솔직히 1등이 된다고 무엇이 좋아지는지 나는 잘 모겠어요. 우리 아빠는 늘 1등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바쁘니까요.
아빠는 우리랑 떨어져 있는 게 좋을까요? 나는 아빠가 많이 보고 싶은데 말이죠. 집에 같이 살 때도 너무 바빠서 아빠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는데, 작년부터 아빠는 비글 가문의 최고 사냥개로 뽑혀 외국으로 명예로운 여왕의 사냥 대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빠의 성과는 너무도 좋아서 앞으로 5년은 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그런 아빠를 가문의 영광이라고 너무 자랑스러워 하지만 난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멀뚱이 형은 엄마가 학교에 다녀온 이후부터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형도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고, 학교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것을 안 엄마도 멀뚱이 형에게 만은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해서 좀 실망한 듯했습니다. 아마도 다른 학교에 보내려고 열심히 알아보고 계시겠죠?
나는 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멀뚱이 형이 무엇을 하는지가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계속 멀뚱이 형만 생각이 났습니다.
“이 누피! 집중해야지! 형처럼 될 거니?”
딴 생각을 하는 나를 향해 선생님이 한마디 하셨습니다.
‘아니? 형처럼 되는 게 어때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선생님께 우리 형이 어때서 그러냐고 묻고 싶었지만, 혼나게 되면 많은 것이 복잡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반성문은 물론이고, 어쩌면 엄마도 오시겠죠? 가뜩이나 엄마는 멀뚱이 형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나까지 보태면 안 되겠죠! 나는 엄마를 위해서라도 절대 모나지 않는 학생이 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쯤에서 선생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관두기로 한 것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형을 찾았어요. 형은 근처 공원에 있었죠. 형은 누워서 하늘을 보거나 꽃향기를 맡고 다녔어요. 그 모습이 너무나 즐거워 보였어요. 학교에서 멀뚱이 형은 늘 혼나곤 했는데 공원에서는 아주 편안해 보였습니다.
“형!”
나는 형을 불렀어요 여전히 형은 한번 나를 보기만 할 뿐 대답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형 옆에 누군가 있는 게 보였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작은 새끼 고양이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했습니다. 형은 우리 형제들하고도 놀지 않고, 학교에서도 계속 혼자 노는데 옆에 고양이랑은 서로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더 가까이 가 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