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읍녀 일기
늘 재밌게 포스팅을 정독하던 인친 김투몽님의 책.
한 번씩 꺼내 드는데 아마 그때가 내가 외로운 순간인 건지도. 외로움이란 단어가 수도 없이 등장하지만 쓸쓸하지 않은 책이라 손이 간다. 이렇게 외로움이란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많이 외롭지는 않은 걸 거다. 상처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사람이 사실은 상처에서 헤어 나올 생각 없이 그 아픔을 즐기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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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올린다. 작가에게 파리와 같은 대상이 내겐 부에노스 아이레스다. 사랑과 외로움의 도시. 심심한 건 알아도 외로운 건 모른다던 내게 외로움을 알려준 곳. 2007년 처음 발을 들인 이후 10년간 늘 사랑이었다가 한 순간 애증으로 돌아선 곳. 그 후로도 남미에 거의 매년 갔지만 혼자인 적은 없었다. 일종의 트라우마. 물론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과 외로움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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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점점 외로워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혼밥 혼술도 이젠 모두의 스킬이 되었다. 너도 외로운 걸 안다고 해서 내가 안 외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2016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내가 그토록 외로웠던 이유도 결국 나만 그런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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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대한 메타인지가 생긴건지 무뎌진건지? 이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그 고독이 희미해졌다. 다시 혼자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라면 더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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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외로움에 대해 내가 이렇게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었던가? 나이 드는 거냐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