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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Feb 20. 2021

와서 보라! 교사를.

캐나다 학교에 파견을 나갔을 때 가장 고마웠던 사람은 초대받은 적 없는 나에게 기꺼이 그들의 교실을 오픈해 준 교사들이었다. 처음 내가 그들의 교실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교사들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사전에 안내받은 적이 없었던 거다. 교장이 전체 회의 때 한국에서 온 교사가 있다고 소개는 시켜주었지만, 내가 본인 교실에서 하루 종일 수업을 보게 될 줄은 몰랐겠지. 그렇게 약 3개월 동안 그들의 교실로 출근하게 되었다.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공개수업이 아닌 그들의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교실 속으로 말이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실은 때로 담임교사의 왕국이라고 비유되기도 한다. 담임교사가 상주하는 초등학교에서 교실은 곧 교사 자체이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생활지도, 학급경영 등 초등학교 교실에는 교사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초등학교 교실은 딱히 오픈된 공간은 아니다. 일부 교과전담시간 외에는 누군가 내 교실에 들어올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교사의 하루는 이렇게 교실 속에 꽁꽁 숨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교직에 대해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까이에서 교사를 봐 왔기 때문에 그렇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를 거쳐가며 학생 때 만났던 수많은 교사들. 그리고 비교적 흔한 직종이라 성인이 되어서도 주변에 꼭 있는 교사 지인들까지. 교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거의 백 퍼센트 맞다고 확신하는 경향도 있다. 물론 그들의 생각이 다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 맞는 말도 아니다. 사람들은 동전의 뒷면을 모른다. 자신이 보아온 동전의 앞면이 그 동전의 전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것이 교직생활의 전부가 아닌데 말이다.


예전 세대라면 모를까, 요즘 사람들에게 교사는 분명 사명감 없이는 어려운 직업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연금은 갈수록 줄어든다. 학부모의 교권침해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학생들은 교사가 쫓아가기 어려울 만큼 날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조직문화는 보수적인 데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안정성 역시 옛날 말이다. 요즘 같은 N 잡러 시대에 사십 년 동안 매인 몸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한다. 정년퇴직하는 교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의원면직(사직)하는 젊은 교사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이 동전의 뒷면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교사로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사명감 때문이 아닐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교육 그 본질에 대한 사명감 없이 교단 위에 선다면 자괴감과 좌절감에 견딜 수가 없을 거다.


읽기 수업을 위해 한 교실에 세 명의 자원봉사자가 들어와 있다. 그들은 매일 교사의 지극히 일상적인 수업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종종 '우리 사회가 교직에 갖고 있는 오해의 골이 깊다'는 생각을 한다. 교육기사에 달리는 댓글들, 교사 아닌 주변 사람들의 말, 그리고 학부모의 교권침해 사례를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십을 가져야 할 관계인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조금 교사에 대해 알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학교 안에서 교사들이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조금만 마음을 열고 들여다봐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자꾸만 우리를 알아달라고 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더욱 불타는 사명감을 가지고 교단에 서기 위함이다. 동전의 수많은 뒷면에도 불구하고 교단에 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분명 교육 본질을 향한 사명감이다. 그 사명감을 동전의 앞면으로 너무 쉽게 가리지는 말아 달라는 거다.


초대한 적은 없지만 제 발로 찾아온 손님에게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오픈해주었던 캐나다 교사들. 그들과 함께 하면서 나 말고도 그들의 교실을 방문하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은 고등학생이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또 어느 날은 학부모나 지역주민이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교실을 방문했다. 하루에도 몇 명씩 들락날락하는 교실에서 매 번 보여주기 위한 수업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들은 모두 처음 캐나다 교실에 발을 들였던 나처럼, 교사의 적나라한 교실 속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가 교사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교육이 망하기를 원하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지 않나. 교사가 별 볼일 없는 사람이기를 원하는 학부모 또한 아무도 없다. 교육에 학부모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교사 역시 한 명도 없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교사들이 더 많아지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교사 동전의 양면을 똑같이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교육현장의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한 모습과 그곳에서도 보람을 찾는 교사들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보일 필요가 있다. 와서 보라, 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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