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나가보지 않아도

탱자나무집 할머니 연작 2

by 박독수


봉창에 감나무 그림자 또렷하다

굳이 나가보지 않아도

달이 환할 것이다.


농익은 대봉감 하나 뚝, 떨어지자

마당에 쇠스랑 소리 들린다.


굳이 나가보지 않아도

고양이 짓일 것이다

처마 밑에 누웠다 대봉감 싸대기 한 방 얻어맞고

후다닥 냅뛰다 툭,

자빠뜨렸을 것이다.


먼 데서 차 오는 소리 들린다


굳이 나가보지 않아도

지난 여름에 먼저 가버린 영감은 아닐 것이다


탱자나무 집 할머니 돌아누우실 때

눅진한 베개 속 메밀 소리

자박자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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