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마다 큰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나를 옥죄곤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명만 낳아서 온전히 사랑을 퍼부어 줄 것을 괜한 후회가 생긴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모든 게 조금 수월해질 줄 알았건만 그건 나의 오만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동생들과 등, 하교 시간이 달라서 나는 두 배로 헉헉대며 뛰어다녀야 했고 나만의 온전한 시간은 주욱 이어진 게 아니라 짤막짤막 단막극처럼 되어버렸다. 지금은 시작일 뿐이오. 내년 또 그 후년까지 연달아 그런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나를 기운 빠지게 만든다.
저번 주 월요일에도 예기치 않게 큰 아이 담임선생님을 두 번 씩이나 만나게 되는 일이 있었다. 울며 더 자고 싶다고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이를 데리고 교실 문 앞까지 내가 데리고 간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학부모의 학교 출입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교문 앞에서 딸과 내가 실랑이하는 모습을 본 학교 관계자분께서 내게 열체크를 요청하며 들여보내 주었다. 나는 그렇게 갓 입학한 딸아이의 교실을 입학한 지 일주일도 채 안돼서 가보게 되었다.
지각까지 한 상태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가기 싫다는 딸아이의 울음소리는 1학년 세, 네 교실이 붙어있는 복도에 울려 퍼졌다. 소리에 놀란 다른 아이들이 복도에 나와보기도 했다.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해보고 뭐 해주겠다며 약속도 해봤건만 돌아오는 건 성난 대답뿐이었다. 결국 담임선생님이 나오셨다.
"ㅇㅇ가 유치원에서 문제가 있었나요? 이런 일이 처음인가요?"
"원래 아침잠이 많아서 힘들어하는데 월요일이라서 좀 더 피곤한가 봐요. 막상 수업하면 잘하는데 아침이 참 힘드네요. 동생들도 연달아 두 명이나 있어서 나름 자기 혼자 사랑받고 싶은데 그게 충족이 안돼서 더 불만 표출을 하는 것 같아요."
나는 딸이 느끼고 있을 감정들을 대신해서 선생님께 설명했다. 선생님은 그런 사실을 이제 알게 되었으니 본인도 신경 써서 잘 살펴보고 학교에서 사랑도 많이 주겠다고 했다. 졸지에 면담 아닌 면담이 되어버린 딸아이의 담임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그러했다.
그러고 나서 그날 오후 난 선생님을 또 만나게 되었다. 하교시간을 넘기고 15분 이상 지났는데도 딸아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집 앞 놀이터에도 가봤지만 딸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서 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 교실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일단 딸아이 이름이 적힌 신발장 안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신발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교실로 갔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무도 없고 담임선생님 혼자만 교실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닌가. 똑똑! 그렇게 하루에 두 번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ㅇㅇ이가 끝날 시간인데 안 보여서요."
"어머니! ㅇㅇ이 방과 후 갔는데요? 항공 드론이요."
"네? 그거 대기로만 신청되어서 안된 줄 알았는데. 저는 연락받은 게 없어서요."
대기로만 신청했는데 그게 자리가 났나 보다. 나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명단에는 떡하니 우리 아이의 이름이 있으니 방과 후 수업에 보낸것이었다.이차저차 선생님께서는 딸아이가 처음에는 울다가 그 뒤로는 수업도 잘 참여하고 괜찮았다고 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딸아이가 있는 방과 후 교실로 향했다.
어머나! 15명 정원인 반에 다 남자아이들인데 우리 딸아이만 여자인 것이었다. 워낙 남자 같은 성격인 데다가 남동생들과 늘 놀다 보니 선머슴이 따로 없다. 난 그렇게 그날 방과 후 선생님까지 얼떨결에 만나게 되는 일을 겪었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 아침 또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다.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하는 딸아이. 학교는 맘대로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안 가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남편과 내가 입이 닳도록 말했건만 8살 딸아이의 귀에는 그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소리로 들렸나 보다.
가기 싫다는 딸아이를 깨우려고 온 몸을 주물러주고 좋아하는 영어동요도 들려주고 양치에 세수까지 내가 다 해줬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학교 가기 싫어. 더 잘 거야!"
이유인즉슨 피곤해서 잠을 더 자고 싶은 거였다. 이 상황을 보며 나는 벌써부터 먼 미래가 걱정되었다. 아침잠이 많으면 나중에 수험생활은 어찌할꼬.
겨우겨우 잘 꼬셔 현관문 밖을 나섰다. 거의 끌려가듯 학교 교문까지 갔는데 아니! 나를 피해 도망을 가는 게 아닌가. 이런. 난 뛰어가서 다시 딸아이를 데려오며 오늘만큼은 교실에 가기 싫었는데 또 아이 손을 잡고 교실까지 가게 되었다. 담임선생님을 일주일 만에 또 마주하게 된 것이다. 계속 징징대는 딸아이를 다른 친구들이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나 또한 더 이상 계속 머무를 수 없어 우는 아이를 놔두고 나왔는데 내 귓가에 딸아이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책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딸아이의 그런 행동에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었다.괜히 내가 그동안 잘 못 키운 것 같고 다 내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쓰렸다. 이따가 하원 할 때면 또 웃는 얼굴로 아침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를 반기겠지? 내일은 제발 그러지 말자고 굳게 말하면 절대 안 그러겠다고 대답을 몇 번이고 하겠지? 제발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이 평범하게 여느 아이들처럼 학교에 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이런 때면 큰 아이만 낳고 온전히 사랑을 다 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