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을 본 대학생의 이야기

모든것의 시작은 우연에서 비롯된다

by wordsbyme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학교에서 우체국 통장이란걸 만들어 줬었다. 개설된 통장에 천원, 이천원씩 넣으면서 돈을 모으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꽤 앞서가는 교육 시스템이었던것 같다. 이때부터 돈 맛을 알았던건지, 나는 거의 돈만 생기면 통장에 돈을 넣고싶어 안달이 났었다. 사먹는거라곤 100원짜리 덴버껌이 전부였던 시절인데, 돈을 입금하면 차곡차곡 늘어나는 통장의 숫자들을 보는게 그렇게 즐거웠던것 같다.

135197_94157_5953.png

거의 매주 천원, 이천원씩 모았고, 설날 세뱃돈이라도 받으면 과자 하나 안사먹고 그대로 통장에 넣곤 했다. 그렇게 4년정도를 모아서, 어린나이엔 가장 큰 숫자였던 백만원이라는 금액을 봤을땐 정말 함박웃음을 지었던것 같다. 물론 이 돈은 어머니가 아주 좋은곳에 쓰셨다는 말과 함께, 내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순 없었지만.

이렇게 나름(?) 돈의 맛을 일찍 본 탓인지, 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나는 강한 생활력을 자랑했다. 수학의 정석으로 다져진 실력을 바탕으로 과외를 하기도 했고, 잔디도 깎고 강아지를 돌보기도 하면서 나름 생활비를 벌었다. 몸이 피곤하긴 했지만, 당시 한국대비 두배정도 높던 시급에 감동하며 즐겁게 일했던것 같다. 2주에 한번씩 받던 페이첵이 나오는 날, 먹고 싶던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했다.

dog-walker-125593-d43d7eacaea142c7aef175ff85dc7395.png

이렇게 나름 착실히 살던 내가 진한 돈의 맛에 빠져버렸던 순간이 왔다. 짧은 겨울방학에 한국을 다녀온 친구가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패션 시계를 사다줬던게 그 시작이었다. 멋을 아는 대학생이고 싶던 나는 당당하게 학교에 이 아이템들을 차고갔는데 왠걸, 난리가 났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숫자없이 돌아가는 알록달록한 시계에 열광했고, 심지어 도서관에서 처음보는 친구가 시계를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쳐지나갔다. 이걸 팔아야겠구나

20220111_222102.png 사진의 시계를 차고다닌건 아니다, 정말로

여름방학에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명동 길거리, 못된 고양이를 누비며 저렴하고 화려한 각종 악세사리들을 구매했다. 평소 악세사리완 거리가 멀던 애가 무슨일인가 걱정하시던 부모님께는 친구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둘러댔다. 간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놀것도, 할것도 많았는데 내 머릿속에는 이걸 팔아먹을 생각만 가득했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친한 친구들에게 약간의 마진을 붙여 악세사리들을 팔기 시작했다. 학교를 갈땐 사온 아이템 중 가장 화려한걸 차고다니며 홍보에 열을 올렸고, 생각 이상으로 반응들이 오기 시작했다. 금새 사온 아이템들이 다 팔리고, 내 지갑에는 한달 생활비로도 충분한 돈이 생겼었다.

Handling-Customer-Complaints-Gracefully-and-Effectively-1024x538.jpg

물론 후유증도 있었다. 쉽게 번 돈인만큼, 뭔가 평소보다 금방 허투루 썼던것 같다. 그리고 워낙 저가의 제품이라, 판매했던 친구들의 갖가지 컴플레인에 한동안 시달렸다. 시계가 갑자기 멈춘다, 목걸이가 끊어졌다 등등... 악덕한 상인이었던 나는 소비자의 부주의로 적당히 둘러대며 마무리 지었지만.



keyword
이전 11화19살, 삼키고 견뎌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