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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dsbyme Jan 15. 2023

주말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워얼화아수우목금퇼을 보내는 직장인,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Scene 1 : 수요일 5시, 퇴근시간


나는 내적댄스를 추는 INFJ 성향의 사람이다. 그리고 지독한 몸치다. 머릿속으론 요즘 핫한 뉴진스의 디토를 신명나게 추지만, 실제론 마치 구루병에 걸린것처럼 삐그덕거려서 결국 머릿속으로만 흥을 내는 편이다. 그냥 간단히 말하면, 난 항상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 뚝딱이다.


하지만 이런 나같은 뚝딱이도, 매주 수요일만 되면 몸과 머리가 일심동체가 되어 한 목소리를 낸다. 월요병을 극복하고 주말을 향해 달려가는 머리, 그리고 하루를 꽉 채우는 미팅과 업무 스트레스에 녹아내리는 내 육신은 "주말엔 무조건 푹 쉬고, 잘 놀자"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Scene 2 : 수요일 8시, 달리는 지하철 2호선


"주말엔 무조건 푹 쉬고, 잘 놀자"라는 각오는 점점 확신으로 변한다. 러시아워를 나름 피해서 8시에 퇴근한건데, 여전히 붐비는 지하철 2호선이 원망스럽다. 나와 비슷한 신세인 사람들만 있으면 그나마 덜 억울한데, 강남 번화가와 가까워서인지 만취한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도대체 몇시부터 달렸길래 이미 만취인건지 궁금할 정도다. 


괜시리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며, 알차게 주말을 보낼 건덕지를 찾는다. 업로드 한지 몇 년은 훌쩍 넘은 인스타를 뒤적거리고, 각종 뉴스를 하나씩 살펴본다. 주말에 무엇을 할 지 대충 머릿속에 정리하니, 눈치없이 배가 꼬르륵 거린다. 잠시간 민망함에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문득 오늘 점심도 거르고 살아왔다는걸 깨닫는다.


Scene 3 : 수요일 8시 30분, 마감 세일이 시작된 마트


붐비는 지하철에서 내려, 바로 마트로 향한다. 요리를 좋아하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몸은 요리할 상태가 아니다. 선택지는 뻔하지만, 괜히 마트로 향하며 뭘 먹을지 한번 더 고민해본다. 


괜시리 뭐라도 할 것 처럼, 마트를 한바퀴 쭈욱 돌아본다. 괜히 밀키트를 이리 저리 살펴보고, 사지도 않을 소고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향하는 곳은 마감세일 코너. 평소보다 퇴근이 늦어서, 인기 많은 보쌈이나 초밥은 이미 완판이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샐러드 하나 결제하고 집으로 향한다.


Scene 4 : 수요일 9시, 냉랭한 집


추운 날씨인만큼 따뜻한걸 먹는게 맞겠지만, 차가운 양상추를 우걱우걱 씹으며 또 생각을 시작한다. "이번 주말엔 영화를 보고, 새로운 맛집에 가서 재밌게 꽁냥꽁냥 해야겠다." 그 와중에 웨이팅을 하긴 싫으니, 예약 가능여부를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체크한다.


새삼 세상 좋아졌단 생각을 하면서, 한 주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 이미 완벽한 주말 계획을 세운 스스로를 칭찬한다. 만족스러움도 잠시, 우걱우걱 씹어먹은 샐러드가 남긴 플라스틱 잔해를 처리 할 생각에 괜히 귀찮아진다. 루틴을 완성하기 위한 잠시간의 운동을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


Scene 5: 금요일 6시, 텅 빈 회사


학창시절, 학교와 집이 가까운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다. 난 항상 학교와 집의 거리가 30분 이상이었어서, 등하교길이 괴로웠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직을 결심한 후 집과 회사가 가까워야 한다는 생각을 한것 같다. 결국, 모든 교과과정을 졸업하고 난 지금, 나는 도어 투 도어 20분안에 회사에 도착할 수 있는 회사로 출퇴근 하고있다.


코로나 이후, 재택이 보편화되었고 금요일이면 대부분의 직원들이 재택을 한다. 루틴을 매우 중요시하는 나에겐, 오히려 금요일이 출근하기 더없이 좋은 날이다. 독서실만큼이나 조용한 회사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며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일주일을 정리하는 시간은 나름 의미가 있다. 그리고 주말을 목전에 두고, 나름의 심적안정을 가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주말에 하기로 결심한 모든것을 괜시리 한번 되새김질 해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맘껏 행복해할 스스로를 생각해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Scene 6: 토요일, 일요일 저녁 6시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이 정말 맛있었고, 저녁에는 기분좋은, 그 다음엔 영화를, 팝콘을 쏟, - 행복, 즐겁, 꽁냥, ---- 어?


Scene 7: 일요일 8시, 책상 앞


음, 정신을 차려보니 일요일 저녁이다. 문득 내일 해야 할 일을 확인하고, 미팅 일정을 체크해본다. 구정 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다. 문득, 내가 하는 일과 연봉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올 해 이후 이직을 하거나, 연봉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봐야겟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맞다, 직장인의 한 주가 이제 곧 시작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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