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1%를 찾아서

시작부터 위축되서일까, 좋은 상사를 만나서도 움츠러든 28살의 직장인

by wordsbyme

27살,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직장상사는 내가 모든 부분에서 넘치길 바랬다. 적당한 자신감과 능글맞음보단, 과하다 싶을정도로 넘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나는 30분동안 불려가, 주말간 생각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설명해야했다. 간혹 운좋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핀잔과 함께 마무리되었다. 팀 회의를 진행할때도, 심지어 회식을 진행할때도 그는 나에게 끊임없이 "넘치는" 무언가를 요구했다.


사실 이 모든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괴롭히던 상사, 그리고 모든 화살이 나에게로 돌아가자 얄밉게 시누이 노릇을 하던 3개월 먼저 입사한 선배도, 의례 겪어야 하는 신고식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핫했던 미생의 주인공들처럼, 좋은 직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선 이런 시련이 당연하다고 여겼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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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년만의 인사발령 후 느낀건, 이 모든게 절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새로 바뀐 상사는 "털기"보단 "보듬는" 리더쉽을 보여줬고, 나는 더 이상 주말간 억지로 시장조사를 하며 넘치는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됐다. 물론, 훨씬 업무적으로 꼼꼼하게 파고들어와 마음을 졸일때도 있었지만, 넘치는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것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이대로라면, 좋은 상사 만나 편하게 적응한 한 직장인의 이야기로 글이 마무리 될 지 모르겠다. 근데 참 웃겼던건, 나긋한 짖밟음에 1년간 너무 시달려서인지 "나 자신"이 변해있었다. 평소 발표나 내 주장을 말하는게 두렵지 않았던 나인데, 어느순간 보고 하나 들어갈때도 심장이 쿵쾅댔다. 바뀐 상사가 압박을 준것도 아닌데도, 나는 간단한 보고 하나를 위해 수없이 리허설을 반복했다. 어느순간 난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닌, 혼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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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인건, 새로 만난 상사는 내 심리적 압박을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전반적인 틀과 방향을 세워주고 이끌어주는 리더였다. 물론 새로 바뀐 사수가 커뮤니케이션이 힘든(?) 사람이라 방향성이 모호해질때도 있었지만, 나의 노력은 점점 혼나지 않는것보단 잘하기 위한 것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회사에선 친구들과 있을때처럼 신난 표정을 짓지도, 짓궂은 농담을 하지도 못하는 딱딱한 2년차 신입이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내 밥값을 하고있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메일 하나 보내는것도 수없이 다시 읽어보고 보내지만,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도 느끼기 시작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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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번 위축되었던 자신감과 경직된 자세는 쉽사리 풀어지지 않았다. 업무적으론 나아졌다고 평가를 받음에도, 난 여전히 무언가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난 잃어버린 내 1%의 무언가를 찾기위해 궁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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