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가 된 29살, 내 삶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무조건 팀점이었던 27살 시절관 달리, 이젠 점심시간에 동기와 밥을 먹기도하고 잠시 책을 읽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 털릴까 조마조마하던 보고 시간은, 이젠 상사와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방향을 잡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누군가에겐 당연했을 회사 생활이, 나에게도 찾아왔단 사실이 즐겁고 행복했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한데는 좋은 평가를 주는 상사의 영향도 있었다. 이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위한 채찍질도 있었지만, 연말엔 항상 진중한 피드백과 평가를 주며 사기를 북돋아주었다. 지금은 퇴사했지만, 다시 생각해보아도 내가 회사생활 속 성장하는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줬던 사람이었다.
일이 재밌어지고 익숙해지기 시작하니, 퇴근 후와 휴가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시작했다. 입사 1~2년차에는 가고싶지도 않았던 여행의 횟수도 점점 늘어났고, 퇴근 후에는 배우고싶던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기도했다. 비로소, 내가 생각했던 직장인의 삶이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일과 사람은 존재했다. 항상 회사에서 핸드폰 게임을하다가 일은 미뤄서 나에게 던지는 사수, 몇개월 먼저 입사했다고 항상 나를 밑으로 보는 선배, 다짜고짜 반말로 전화하여 화를 내는 유관부서... 어찌 생각해보면 유쾌하지 않은 일들이 더 많았던것 같은데, 28살의 나에겐 납득하고 넘어갈만한 일이었던것 같다. 어찌보면 가장 회사, 그리고 스스로에게 관대했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이 시절의 나는 뭔가 넓게보고, 크게 꿈꾸기보단 3년만에 느낀 자유로움이 기뻤다. 1년차에는 강압적인 분위기에 오들오들 떨었고, 2년차는 바뀐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우왕좌왕하며 보냈다. 3년차에 들어서야 비로소, 쇼생크탈출 마지막 장면처럼 나는 하루를 알차게 즐기기 시작했다.
가장 배불렀던 시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장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살았던 시절이었기도 했고. 그렇게 나는 30대의 내가 마주할 수많은 고민들과 걱정을 잠시 묻어두고, 직장 생활 중 가장 즐거운 한해를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