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혼자 무언갈 해낸다는 것

당장은 두려워도, 해보면 별거 아닌게 많다

by wordsbyme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던 햇병아리 시절, 내가 살던 아파트는 학교와 제법 거리가 있었다. 걸어서 20~30분정도 거리였는데, 당시 어린이 유괴사건이 티비를 시끄럽게 하던 시절인지라 하교시간이 되면 어머니가 마중을 나오시곤 했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정해진 위치에서 항상 어머니와 만나 집에 가는게 당연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항상 만나던 자리에 어머니가 안계셨다. 같이 재잘대며 기다리던 친구들도 하나 둘 집으로 가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 한참을 기다렸던것 같다. 8살짜리한테 갑자기 무슨 용기가 생겼던걸까, 난 갑자기 집까지 걸어갈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없인 다닌적 없던 길이었지만, 왠지 해낼 수 있을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손을 잡고 걸을땐 몰랐는데, 짧은 보폭으로 한참을 걷다보니 모든게 거대하고 신기해보였다. 신호가 켜졌는데도 차는 왜이리 쌩쌩 달리는것처럼 느껴지는지. 몇번의 위기 아닌 위기는 있었지만, 난 결국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머니와는 길이 엇갈렸었고, 한참을 날 잃어버린줄 알고 찾으셨단다.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과 날 안아주는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린 마음에 혼자 집에 왔단 뿌듯함도 컸던것 같다.


이때부터 무언가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많이 붙었던것 같다. 그 당시 학교에서 많이 시키던 고무동력기를 만들때도, 엉망진창이어도 설명서를 보고 뚝딱대며 혼자 만들었다. 물론 여기엔 손재주가 영 없던 아버지에 대한 불신(?)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8살에 처음 집에 걸어온 사건 하나가, 내가 독립적으로 무언갈 도전하고 이뤄낼 수 있는 모티브가 된것 같다.


30대가 된 지금, 나는 아직도 처음해보는 것들이 많다. 올해만 해도 오랜기간 익숙해졌던 직장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일하고있고,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브런치 작가 활동도 시작했다. 모든게 새로운만큼 걱정되고 두려운것들도 많다. 당장 글을 쓰면서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살짝 걱정되기도 하니까. 하지만 8살의 내가 그러했듯, 나는 내년, 그리고 더 먼 미래에도 무언갈 새롭게 시도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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