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나름 빠르게 성공했다. 하지만 자존감은 한없이 낮아졌다.
"꿈을 라식하겠다"라는 지난 글의 큰 포부를 이루기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 그건 바로 내가 눈 앞에 전전긍긍하는 "근시안적 사고"를 가지게 된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었다. 누구든 마찬가지겠지만, 지난 날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스스로 돌아본다는건 정말 어렵다. 특히 그 일이 그닥 달가운 일들이 아니었다면 더더욱 그러하고. 하지만 지난 과거의 나도 마주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나는 더더욱 멀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조심스레 지난 날들을 브런치에 기록해보고자 한다.
난 대학 졸업 후, 몇달간의 인턴을 하고 뒤늦게 군대에 갔다. 적게는 2~3살, 많게는 5살까지 차이나는 선후임들과 부대끼며 지냈고, 그러다보니 전역 후 내가 마주해야할 현실을 정확히 인지 못했던것 같다. 물론 나름 책도 읽고 자격증도 따며 준비를 했지만, 아무래도 학교에서 사회에서 준비하는 친구들 대비해선 한참 부족했던게 사실이다. 병장이 되고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자소서를 처음 써보았고, 그때부터 약 6개월간의 취업준비 기간이 시작되었다.
민간인의 자유를 제대로 맛볼새도 없이, 나는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취준생의 생활 굴레에 들어섰다. 사실 서탈, 면탈 등 탈락의 아픔도 컸지만, 가장 힘들었던건 내가 뭘 해서 벌어먹고 살아야할지 명확히 몰랐다는거다. 정확한 방향도 없이, 이곳 저곳 찔러보다가 하나 얻어걸리면 공부하는 패턴의 반복이다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그래도 다행이었던건, 같이 취업을 준비하던 동네 친구가 있었다는거다. 하루 온종일 카페에서 같이 자소서를 쓰고, 떨어지면 같이 소주한잔 했던 시간덕에 방향도, 자신감도 없었지만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서로 의존하며 버티다가, 친구는 먼저 합격을 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 나도 몇개월 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산업군의 마케팅 직군으로 덜컥 합격했다.
사실 한 한달간은 우쭐했다. 누가봐도 좋은 회사, 그리고 적당한 나이에 취업했으니 이제 순탄한 하루하루가 이어질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우쭐함은 한달도 가지못해 와장창 부서졌다.
첫 직장의 첫 상사는 지독하게 나를 밟아댔다. 기업 신입 연수를 갓 마치고 돌아온 날, 나는 점심시간까지 포함해 1시간을 나긋나긋하고 조용한 말투로 털렸다.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했는데, 주된 털림의 목적은 "신입으로서의 마음가짐"이었다. 물론, 그게 왜 내 학벌이나 가족의 이야기까지 연결되어야했는지는 아직도 이해하진 못하지만, 이제 갓 첫월급을 받았던 나는 그저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도 이 나긋한 털림은 이어졌다. 매주 월요일, 나는 30분간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고해야했고, 없을땐 또 여지없이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털렸다. 차라리 소리를 질렀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나긋하게 내 마음가짐에 대해 파고들어왔다. 한시간이 넘던 출근 시간 내내, 내 머릿속엔 하루를 어떻게 버텨나갈지에 대한 근심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 버티다보니,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 업무의 노하우라기보단, 어떻게하면 그가 "OK"사인을 내줄지, 그리고 어떤식으로 에둘러 발표하면 그가 알아듣는척 하고 넘어가줄지에 대한 것이었다. 나름 꿈을 가지고 들어왔던 회사에서의 첫 1년은, 상사의 기분에 맞추어 하루하루 연명하는 삶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이때부터였을까, 발표를 하거나 생각을 말하는데 거침없던 나의 모습은 점점 안경 너머의 풍경처럼 희미해져갔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었던건, 바로 다음해 인사이동이 있었다는거다. 나는 내 업무를 그대로하고, 상사가 다른팀으로 떠나갔다. 지금이야 인사발령 시즌에 조마조마해하지만, 이땐 정말 한줄기 빛과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4년간 성장의 원동력이 된 "Good Boss"를 만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