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승무원이 알려주는 거절 스킬

관계는 그대로, 상황은 원하는 대로

by 비행기모드


1. 가벼운 거절

('이건 거절해도 되겠다' 싶은 상황)


거절 중 가장 난도가 낮습니다. '이건 거절해도 된다'생각이 든다는 건, 별로 안 친한 사람의 제안일 때가 많습니다. 관계가 가깝지 않으면 상대의 기대치도 낮습니다. '한번 물어나 볼까?' 싶은 의도로 물어봤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럴 때는 담담하게

'거절 이유+ 감사표현+ 듣기 좋은 말 한마디'로 거절합니다.

“저는 오늘 약속이 있어서 같이 가긴 어렵네요.
초대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오늘은 퇴근 후에 식당 예약을 해둔 날이에요.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다음에 꼭 함께해요!"


이때, Tip은 (거절해서) 미안하다는 말 대신, 제안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상대는 가볍게 제안했는데, 내가 과하게 미안해하면 그또한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감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마음과 자존심을 존중해 줄 수 있습니다.


2. 업무 거절


업무 상황에서도 거절이 필요합니다. 계속 일을 나에게 미룰 때,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을 시킬 때, 안 되는걸 계속 해달라고 할 때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 나에 대한 이미지 등을 고려하니 거절이 더욱 힘듭니다. 그럴 때는 불쌍한 척, 쫄보인 척 연기하는 게 필요합니다.


단호하고 논리적으로 내 입장을 밝히는 거절 방법도 있습니다만, 제 경험상 직장에서는 적용이 어려웠습니다. 높은 직급을 가졌거나 이름이 많이 알려진 프리랜서라면 가능한 방법이겠지요. 하지만 직장에서 권한이막강한 사람의 지시를 받았을 때,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은 크게 마음먹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거절 과정에서 관계가 틀어지면 곤란해지기 때문입니다.


V 불쌍한 척 (애절한 눈빛과 힘없는 태도)

“제가.. 지금 일이 너무 많아서.. 이건 진짜.. 어렵습니다.. 죄송해요... 이건 다른 분께 부탁드려도 될까요?”


불쌍한 척을 할 때는 눈썹을 팔자로 만들고,

말 사이에... 를 넣어 천천히 말합니다.


동성일 경우, 손을 잡고 말하면 효과가 더욱 좋았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더 잘 전해지거든요.

최대한 불쌍한 척하며 말하면, 상대방도 "오죽하면 거절하겠어. 어쩔 수 없다!" 하면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V 불법적인 지시를 거절해야 할 때- 쫄보인척

"이렇게 해도 되나요..? 저 간이 작아요. 너무 떨려서 못하겠어요.. "


불법적인 지시를 요청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물건을 몰래 챙겨가라고 하거나 개인 지출을 법인카드로 사용하라고 할 때, 제 마음은 곤란하고 찝찝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상사의 지시니 거절하기 쉽지 않았지요.


그럴 때는 소심한 쫄보인척 연기합니다. "선배님, 혹시나 나중에 문제 되면 어쩌죠..? 저 너무 무서워요.."라는 식으로요.


불법적인 일을 거절하는 쫄보

VS

간 크게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


전자를 선택하면서 당당하게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3. 갑작스러운 회식 거절


퇴근만 바라보며 일했는데, 갑자기 상사가 회식까지 하자고 합니다. 자유를 되찾는 방법은 '거절'입니다.


V 거절 이유+ 미안한 척 + (대안 제시)

“오늘은 병원 예약을 해둔 날입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제가 커피라도 사드리겠습니다!) ”


상대가 듣기에 합당한 이유를 제시합니다. 이유 예시는 예약, 버스 시간, 선약, 누군가 기다리고 있어서, 몸이 안 좋아서 등이 있습니다.


사과합니다. 이때는 감사 표현보다 사과가 우선입니다회식을 제안한 상사는 내가 그 제안에 응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을 것이니까요.


사과까지 했는데, 상대방이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면 대안을 제시합니다.

저녁 대신 점심을 먹자고 하거나 다음에 커피라도 한잔하자고 합니다. 나에게 부담되지 않는 대안을 제시하며 상대의 마음을 달랩니다.


V 동공지진

“헉 오늘이요?? 오늘은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황당하고 놀라움을 표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거절 이유나 대안조차 말하고 싶지 않을 때 씁니다. 상대가 계속 갑작스럽게 제안하거나 '너 어차피 집에 가서 할 것도 없잖아.' 하는 뉘앙스로 무례하게 다가올 때 쓰는 방법이지요.


'계획 없이 훅 다가오는 당신이 황당하다'

'나는 이미 약속이 있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해?'


이러한 뉘앙스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라는 척합니다.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상대라면, '내가 이상한 제안을 했나? 안되면 말고!' 하는 태도를 보여줄 것입니다.


거절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합니다.


단호하고 논리적인 거절만이 좋은 거절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그 또한 좋은 거절 스킬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와의 관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을 끌고 가는 것.


거절의 목적을 기억하면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keyword
이전 17화"그 사람 어때?" 승무원은 이렇게 대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