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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어때?" 승무원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직장에서 타인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할 때

by 비행기모드

브리핑실에서 친한 동료 승무원 A를 만났습니다.

"와~ 오랜만이야! 오늘은 어디 가?"

"오늘은 베트남!"


A는 제 브리핑시트에 있는 승무원들 이름을 슥 훑어봅니다.

"이 분 어때? 비행해봤어?"

"음..."


난감했습니다.

무작정 좋다고 하면 YES 맨 이미지가 될 것이고, 싫은 점을 솔직하게 말하면 뒷담화가 될 테니까요.


사회생활을 위한 나의 이미지와 그 사람에 대한 사실 전달을 모두 챙겨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

저는 이렇게 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사람 어때?" 질문에 대한 답변


★포인트: 다른 사람의 단점을 쉽게 말하지 않는다.


1. 좋은 점만 얘기하기

- "ㅇㅇ 과장님은 재밌으십니다."
- "ㅇㅇ 팀장님과 일하면 다 같이 칼퇴 가능합니다."


장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분이라면 이렇게 말합니다. 저 말고도 많은 동료들이 좋아하는 분일 때가 많지요.

그저 "좋으신 분이에요"라고 얼버무린 채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어 답답해합니다. 오히려 좋은 점 한두 가지를 콕 집어서 칭찬해야 제가 하는 말에 무게가 실리고 신뢰를 얻습니다.



2. 그 사람 스타일, 취향 얘기하기 (사적인 감정 제외)

- "매뉴얼을 강조하세요."
- "빠릿빠릿한 스타일을 좋아하십니다."


인간적으로는 좋으신 분이나, 같이 일하기에는 힘든 사람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매뉴얼을 강조해서 융통성이 없는 사람, 효율성을 중시하다 보니 빨리 일을 처리하라고 채근하는 사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아서 좋지만 일은 나 혼자 다 해야 하는 사람이 그런 유형에 해당하지요. 그럴 때는 나의 감정 ("좋아요", "별로예요")을 제외하고 그 사람의 스타일만 사실적으로 전합니다. "~을 강조하세요.", "~을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을 ~하면 좋아하실 거예요."와 같은 말투를 활용해서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어 만족해하고, 말하는 나 스스로도 동료 뒷담화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한 화법입니다.



3. 부분 인정+ 그래도 좋아

-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드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잘해주세요."


사내에서 악명 높은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그런 사람을 무작정 칭찬하기만 하면 역효과가 납니다.

칭찬만 하면 "에이, 사회생활 하지 마" 혹은 "네 말은 못 믿겠다!"라는 반응을 보이거든요. 사회생활을 하며 반듯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한들, 동료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한편, 평판이 안 좋지만, 나랑은 일할 때 잘 맞았거나 관계가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무작정 같이 욕하기에는 양심에 찔립니다. 나한테는 잘해줬는데 뒷담화하는 동료들을 만났다고 편승하는건 의리를 저버리는 것 같거든요. 그럴 때를 위한 절충안입니다.


부분 인정을 하면서 동료들에게 공감대를 얻고, 조건을 얘기하면서 긍정 화법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맞아요. 저도 처음에는 그분과 같이 일하는 게 긴장되고 힘들었어요." (부분 인정)

그래도 (반전)

"예의 바르고 싹싹하게 일하면 / 말 자주 걸면서 먼저 다가가면 / 열심히 배우려는 태도 보이면" (조건)

"간식도 챙겨주세요. / 장난도 쳐주세요./ 얼른 집에 가라며 배려해 주세요." (긍정의 해피엔딩)


이런 화법으로 얘기하면 무작정 그 사람을 칭찬하는 것보다도 신뢰를 얻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듣는 사람에게서 "오? 그분께 그런 면이 있었어?", "아.. 싹싹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는구나! 너도 대단하다!"라는 반응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어느 선배의 조언이 생각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움이 된다고 느꼈거든요.

"말 조심하세요. 회사에서는 말조심, 입 조심만 해도 반은 가요."


회사에서는 타인에 대한 얘기는 아낄수록 좋습니다.

내 의도와 다르게 말이 와전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무심코 던진 말로 동료와의 관계가 멀어지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나를 함정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그 말,

" 그 사람 어때?"라는 타인의 덫에 절대 빠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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