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글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사람들]
"띠리리링"
알람이 울린다.
아침이다.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세수를 하고 밥을 먹는다. 설거지를 마치고 커피를 내린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또 하루가 시작된다.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본업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내 일은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워졌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한다. 어느새 여러 개의 일이 내 삶을 채우고 있다.
처음 시작은 한 캐릭터 디자인이었다. 바이어와 계약을 논의했다. 그런데 일이 성사되지 않았다. 귀엽지만 너무 어둡다는 이유였다. 아동용 캐릭터가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 그렇게 프로젝트는 흘러갔다.
그러다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음악가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자연스럽게 그 일을 시작했다.
나는 내 일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본업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부업이라고 하기에도 이상하다. 그냥 한다.
매일 같은 루틴이 반복된다. 그러나 매일 조금씩 다르다. 커피를 내릴 때의 기분, 메일을 확인할 때의 기대감, 그리고 예상치 못한 연락 하나에 바뀌는 하루의 흐름. 본업을 하다가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한다. 작업하다가 문득, 다른 일을 더 해보고 싶어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작업을 하고 있다.
때때로 사람들은 묻는다. “하나만 하면 안 돼?”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게 더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러 가지를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한 가지를 오래 하다 보면 새로운 것이 필요해지고, 또 새로운 것을 하다 보면 그 전의 일이 그리워진다. 그렇게 일과 일 사이를 오가며 균형을 맞춘다.
이렇게 살다 보면 가끔 궁금해진다. 나는 무엇이 될까. 예전에는 하나의 직업, 하나의 역할이 나를 설명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하나의 이름으로 나를 설명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은 디자이너, 어느 날은 글을 쓰는 사람, 또 어느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그게 나다. 한 가지 이름을 갖는 것보다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질 때 더 자유롭다.
"띠리리링"
알람이 울린다. 또 하루가 시작된다.
나는 여전히 여러 가지를 한다. 하지만 하나만 하는 것보다 낫다. 그렇게 내 일과 삶은 흘러간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다.
아무렇게 휘갈겨 놓은 백지 위의 낙서들. 선택의 연속이 난무하는 바다 위에서 방향조차 알 수 없는 채, 안개가 자욱한 머릿속에서 조명이 수없이 번쩍인다. 흑과 백 그사이 어딘가 깜빡이는 빛을 솔직히 마주하는 에세이. 이 글들이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연결고리가 되길 바라며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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