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글 [32번째 겨울]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단 세 편만 연재하고 멈췄다.
글쓰기를 포함해 많은 일들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 주변의 모든 것이 노이즈로 느껴지기 졌다. 위태로운 젠가처럼 하나만 건드리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매번 시작하기가 두려웠고, 결국 "잠깐 쉬자"는 핑계가 글쓰기에 5년이란 공백을 만들었다.
그림으로 먹고살며 다양한 창작적인 일을 하며 살다, 글쓰기가 떠올랐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공허함은 글쓰기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다. 우연히 예전에 브런치에 남겨둔 글들을 읽으니 그때의 설렘과 열정이 되살아났다.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시작은 작았지만, 그 작은 결정이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왜 꾸준하지 못했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댔지만, 진짜 이유는 시작에 대한 불안함과 작은 실패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 시절, 삶은 특별히 나쁜 일도 없이 그냥 흘러갔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목표도 이루지 못한 채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은 흥미로운 일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다.
도시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음은 이제 일정한 리듬처럼 느껴진다. 꾸준함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소음처럼 하나하나는 참 불완전하지만, 작은 반복이 쌓여 공간을 채우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채우는 기본적인 요소다. 이런 반복은 단순히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꾸준히 돌아가는 기계처럼, 꾸준함은 우리 삶을 지속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간다. 그 속에서 조화로운 변화가 쌓여 모든 것을 이룬 거겠지.
오늘도 나는 작은 걸음을 내딛는다. 꾸준히, 그리고 성실히.
4계절 중 32번째 겨울이 그렇듯 조용히 흘러간다.
일 년의 처음과 끝엔 다양한 목표를 점검하고 수정하지 않나요? 저의 다짐은 마치 비눗방울처럼 금세 터져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심삼일만큼은 꾸준히 지속해 왔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험난한 서울에서 어찌어찌 살아남은 걸 보면, 꾸준하지 못했을 뿐 포기하진 않았나 봅니다. 누군가는 작심삼일도 3일마다 하면 영원하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나의 영원도 이렇게 천천히 쌓여가는 중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작심삼일은 꾸준하신가요?
아무렇게 휘갈겨 놓은 백지 위의 낙서들. 선택의 연속이 난무하는 바다 위에서 방향조차 알 수 없는 채, 안개가 자욱한 머릿속에서 조명이 수없이 번쩍인다. 흑과 백 그사이 어딘가 깜빡이는 빛을 솔직히 마주하는 에세이. 이 글들이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연결고리가 되길 바라며 쓰고 있습니다.
[묶음 글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