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하루가 왠지 더디게 흘러갈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이불속에 더 있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아이들 먹을 걸 챙겨본다,
움직일 때마다 뇌가 흔들리는 느낌이 든다.
확실히 몸 상태가 보통 때 같지가 않다.
남편 출근시키고,
첫째 학교 보내고,
둘째 어린이집까지 데려주고 나니
돌아오는 길엔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오늘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영은 무리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옷으로 갈아입고는
보일러 온도를 평소보다 높게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이불속으로 쏙 들어갔다.
아..... 따뜻하다....
몸을 돌리는 일조차
눈을 깜박하는 것조차
힘. 들. 다.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이 시간에
움직이지 않고 이렇게 누워만 있을 거라고
혼자 다짐해 본다.
얼굴이 화끈화끈 열기가 느껴진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고
등엔 땀이 흥건하다.
땀을 쭉 빼서 그런가 몸이 좀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곧장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서 샤워기를 틀었다.
따뜻한 물이 나오자 하얀 수증기가 몽글몽글 가득 차기 시작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이 머리부터 발까지 흐르면서
생기가 되살아나게 해 주는 거 같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지현: "나무야! 나야!"
나무: "아... 네 언니."
지현: "왜 오늘 수영장 안 왔어?"
나무: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지현: "어디 아파?..."
나무: "그냥... 몸살인 거 같아서요."
지현: "아... 그렇구나. 지금은 좀 어때?"
나무: "자고 일어났더니 좀 괜찮아진 거 같아요."
지현: "그래? 다행이네."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은자가 한 마디 거든다.
은자: "나무야 아파도 밥은 먹어야 하니깐 잠깐 나와! 언니가 맛있는 거 사줄게!"
지현: "나무야 들었지? 잠깐 나와. 나올 수 있어?"
나무: "언니..... 근데 제가 지금 방금 샤워하고 나와서 바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지현: "천천히 준비해! 우리 차 가지고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나무: "진짜 괜찮은데.... 오늘은 그냥 언니 둘이서.."
지현: "밥은 먹어야 하니깐 밥만 먹고 들어가! 은자 언니가 너 아프다고 하니깐 밥 사주고 싶은가 봐!"
나무: "........"
조금 부담이 돼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은자: "시간 많이 안 뺐을게. 밥만 먹고 들어가!"
전화기 너머로 은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무: "네... 그럴게요..."
지현: "그럼 준비하고 집 앞으로 나와!"
나무: "네...."
머리에 감고 있던 수건을 풀고 서둘러 드라이를 하기 시작했다.
청바지에 맨투맨 하나 걸치고 거울을 보니 수척한 기운이 얼굴에 가득했다.
모자라도 하나 쓰고 나가야겠다....
캡 모자를 대충 쓰고 현관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지현: "여기야!!"
나무: "안녕하세요?..."
은자: "얼른 타!!"
뒷좌석에 타자마자 언니들은 내 안색을 요리조리 살펴봤다.
은자: "얼굴이 핼쑥하네~~ 나무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무: "아니요... 특별히 없는데..."
은자: "그럼 언니가 아는 만두전골 집 있는데 거기 가자!!
몸이 으슬으슬할 땐 따뜻한 국물 먹어줘야 해!!"
지현: "좋아요! 거기로 가요! 나무 어때?"
나무: "저도 좋아요."
그렇게 우리 셋은 사람이 북적북적한 만두전골 집에 도착하였다.
지현: "우와! 여기 엄청 푸짐하게 나오네요. 맛있겠다"
은자: "애들아 얼른 먹어!! 여기 만두 맛있어! 나무도 많이 먹어!"
나무: "네. 맛있게 먹을게요 언니."
속이 가득 차 있는 주먹만 한 손만두가 제법 맛이 있었다.
따뜻한 국물을 함께 먹으니 몸 전체에 온기가 퍼졌다.
지현: "사실 언니 저는요 사회에 나와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난 줄 몰랐어요.
주변에 아는 엄마들은 많지만 학창 시절에 만났던 친구들처럼 속 깊은 이야기는 못하잖아요.
근데 언니랑 나무한테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은자: "맞아! 수영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꽤 있지만 지현이하고 나무는 나한테 특별해.
이렇게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거지."
나무: "저도 같이 등록했던 혜원씨가 그만두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언니들 덕분에 운동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고마워요."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씽긋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아픈 나를 위해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벽을 치고 살았던 단단한 내 마음이
오랜만에 뭔가 말랑말랑 해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