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말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지....
수업이 끝나자 사람들은 다들 샤워실로 향했다. 그 뒷모습에 대고 은자는 큰소리로 외쳤다.
은자: "씻고 같이 식당으로 이동할 사람은 로비에서 만나!! 차 있는 사람들은 잘 찾아오셔요!!"
은자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시간이 괜찮은지 확인하며 밥 먹는 장소를 알려준다. 그런 밝은 성격 탓에 웬만한 사람들은 다 참석하려고 했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아까 들었던 말들을 마음속에서 지우려고 했다.
물이 온몸을 적시니깐 내 가슴은 칼로 베인 것처럼 아려왔다.
아프고 아팠지만 누군가에게 아프다고 말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능력을 잃어버렸다.
네가 그런 말 해서 내가 속상하고, 많이 힘들다고...
이렇게 말하는 대신 난 그 상처를 애써 덮어버리고 모른 척했다.
내 입으로 그 사람에게 말하는 자체가 그 상처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기 때문이었다.
식당을 들어가니 혜원을 제외한 우리 반 사람들이 모두 보였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한정식 집이었다.
은자: "여기 점심 특선이 맛있어! 내가 예약해놔서 금방 나올 거야."
세경: "예약은 언제 또 했어 언니? 대단해~~"
혜원 씨가 없어서 그 자리가 어색하기만 하고 딱히 할 말도 없었다. 이야기를 나눠 본 사람도 별로 없어서 그냥 음식이 얼른 나오길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사람들: "우와~여기 되게 정갈하게 잘 나온다. 맛있겠다!"
옥연: "잘 먹을게 은자야!"
지현: "잘 먹을게요. 언니! 근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겼기에 이렇게 거하게 쏘세요?"
성숙: "맞아 맞아!! 은자야 무슨 일인데 우리한테 밥을 쏘는 거야? 우리가 알고는 먹어야지!!"
은자: "그냥~내가 땅을 조금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이번에 좋은 값에 팔렸어~ 그래서 우리 반 사람들한테 밥 사려고 날 잡고 왔어!!
현숙: "어머 그래? 좋은 일이네! 요즘 땅 값 제 값 받기에도 힘든데.. 잘 됐다!"
은자: "아무튼 맛있게들 드세요!"
나무: "잘 먹겠습니다..."
은자: "응. 많이 먹어. 부족하면 또 시키고. 오늘 혜원이까지 왔으며 우리 반 다 모이는 건데 좀 아쉽다."
세경: "걔가 먹을 복이 없는 거지 뭐~아무튼 잘 먹을게요!"
세경의 말이 좀 거슬린다고 생각한 순간 지현과 눈이 마주쳤다. 아마 둘 다 같은 느낌을 느꼈을 것이다,
지현: "(속삭이며) 세경이가 말을 좀 함부로 하지?"
같이 이야기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 대답 없이 살짝 미소만 지었다.
지현: "혜원씨 없어서 심심하겠다. 나도 같이 등록한 사람이 있었는데 잘 안 나와."
나무: "아... 네..."
은자: "난 아예 혼자 왔어. 혼자 하려니까 가끔 외로워. 우리 혼자 남은 사람들끼리 뭉치자. 우리끼리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그러자! "
지현: "좋죠. 언니~서로 의지하면서 수영하고. 나무는 어때?"
나무: "아.... 전 수영을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운동을 꾸준히 해 본 적이 없어서.... 수영하다가 저한테 안 맞으면 다음 달에 안 나올 수도 있는데.....
지현: "힘들어 보이면 내가 옆에서 같이 으쌰 으쌰 해줄게!"
은자: "지현이만 있냐? 나도 옆에서 토닥토닥해줄게!"
나무: "아...... 고마워요 언니. 아무튼 열심히 다녀봐야겠어요."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된 세 사람은 서로 나이 차이는 있었지만 막힘없이 대화가 곧 잘 통했다. 나무, 은주, 지현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세경이 말하기 시작했다.
세경: "언니들~! 언니들~!! 나 접영이 너무 안 되잖아. 왜 이렇게 어려워? 웨이브도 안 되고 앞으로 잘 나가지도 않고. 접영 하면 막 멋있어야 하는데 물 밖에서 보면 막 '살려 주세요' 구조 요청하는 거 같잖아. 모양 빠지게..."
사람들: "아하하하하~~ 세경이 쟤 너무 웃겨."
세경: "언제쯤 나아질까 몰라."
성숙: "세경아 나도 그거 잘 안 되더라. 우리 어떻게 해야 하니?"
세경: "근데 언니 우리 반 선생님 어때?"
성숙: "우리 선생님? 뭐 착해 보이지."
세경: "난 우리 선생님 정말 싫어! 몇 개월 간격으로 선생님 바뀐다고 하더니 언제 바뀌는 거야?"
성숙: "야~얼마 배웠다고 선생님 언제 바뀌냐는 소리가 나오냐? 왜? 왜? 무슨 일 있어?"
세경: "아니. 글쎄... 우리 선생님은 한 명만 가르치잖아. 우리도 돈 내고 다니는데 누군 봐주고 누군 안 봐주고 그래?
현숙: "한 반에 스무 명이 넘는데 어떻게 다 봐주니? 사람이 많잖아. 그러니깐 그 날 봐서 몇 사람 딱 찍어서 가르쳐 주는 거지.."
갑자기 그 자리에 있는 게 불편해졌다. 누구를 겨냥하고 하는 말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사실 세경에게서 그런 말을 종종 들었다. 너무 어이없는 소리라서 대응할 가치도 없겠다 싶었고 그런 유아적인 생각을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할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생각해도
그런 말을 들을 행동따위는 한 적이 없는데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전에 지금 선생님한테 배운 사람이 있어서 친분 때문인지 오히려 그분이랑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왜 나한테만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각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해야하는 것 조차 시간낭비다.
앞으로 수영장 다니는 게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