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깨달은 하루......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고 한숨 돌리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혼자 멍하니 허공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시계가 수영장 갈 시간임을 알려주었다. 요즘 아이들과 있을 때에도 멍하게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 종종 생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나 자신도 모르게 멍해질 때가 있다. 이렇게 늘어지느니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게 낫다 싶어서 수영장 갈 준비를 하며 밖을 나섰다.
현숙: "왔어?"
나무: "안녕하세요?..."
살포시 수영장 물속으로 들어간다. 차가운 물의 온도가 온몸을 에워싼다.
성숙: "어우~세경이 왔네~수영복 바꿨어?"
세경: "입다 보니깐 지겨워서 하나 샀어 언니!!"
성숙: "예쁘다. 잘 어울려. 난 요즘 빨간색 수영복이 입고 싶더라."
옥연: "수영복만 살 생각하지 말고 수영실력을 늘려야지. 안 그래?
성숙: "그래도 수영복으로 기분 전환하면서 즐겁게 운동하면 좋지 뭘 그래?"
현숙: "아이고~또 싸운다~"
아옹다옹 이야기하시는 모습에 나는 웃음을 살짝 지었다.
은자: "오늘 수영 끝나고 우리 반 오늘 점심 같이 먹어요."
세경: "왜 언니???"
은자: "내가 좋은 일이 있어서 한 턱 쏘려고!!"
지현: "아 정말요? 전 시간이 좀 안 될 거 같은데..."
은자: "안돼!! 언니가 오늘 좋은 일이 있어서 밥 살려고 했단 말이야!"
지현: "그럼 약속시간 변경해볼게요."
은자: "그래그래. 다들 점심 먹고 가요~!!"
오늘도 어김없이 안 따라주는 몸으로 꾸역꾸역 흉내라도 내려고 하니 선생님이 보시기에 안쓰러우셨나 보다.
선생님: "배영 할 때 그냥 팔만 휙휙 돌리면 안 되고요. 어깨를 롤링해줘야 앞으로 쭉쭉 나갈 수 있는 거예요."
알았다는 듯이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동시에 아까부터 계속 날카롭게 쳐다보고 있는 세경의 시선이 느껴졌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한 바퀴 돌고 왔더니 세경이 곁으로 다가온다.
세경: "선생님이 너한테 뭐라고 그래?"
나무: "네??... 뭘요?...."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까맣고 까만 나쁜 기운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아무한테도 서슴없이 하는 반토막말도 거슬렸다.
세경: "아니 아까 출발하기 전에 너한테 뭐라고 하지 않았어?"
나무: "아...... 배영 할 때 팔만 돌리지 말고 어깨도 롤링하라고....."
세경: "그래?....
근데 선생님이 너한테는 되게 자세하게 가르쳐 주는 거 같아!"
세경이 분명 한국말로 말하는 거 같은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만 자세히 가르쳐 준다고??
무슨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하지?..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가르쳐 주신 거 같은데....
나무: "네??... 제가 다른 사람보다 못해서 그냥 말해준 거 같은데...."
세경: "아니야~아니야~!! 너한테만 그렇게 가르쳐 주는 거 같아!!
아이고~한 바퀴 또 돌고 오래. 아휴~ 오늘 왜 이렇게 많이 돌리는 거야?"
이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세경은 자리를 떠버린다. 뭐지 이 느낌....
뒤에 서 있던 은자가 다가온다.
은자: "나무야 너랑 같이 등록한 그 누구지? 혜..,혜...."
나무: "혜원 씨요?"
은자: "응! 맞아. 혜원이는 요즘 왜 안 나와? 무슨 일 있어?"
나무: "일이 좀 많은 거 같아요. 저도 요즘 얼굴 거의 못 봤어요."
은자: "그렇구나. 오늘 같은 날 같이 밥 먹으러 가면 좋은데."
나무: "근데 갑자기 밥은 왜......."
은자: "사실..... 이번에 큰 걸 운 좋게 팔아가지고 목돈이 좀 생겼어."
나무: "(의아해하며) 큰 거요?..."
은자: "땅 말이야~!"
나무: "아..... 그렇구나.... 축하해요 언니"
은자: "오늘 시간 괜찮지? 이따 같이 밥 먹자. 언니가 맛있는 거 사줄게"
나무: "(얼떨결에)아.... 네..."
앞에 서 계신 선생님이 우리 모두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선생님: "자! 오늘은 접영 들어갈 거예요. 먼저 킥 차면서 크게 웨이브 타는 거부터 해 볼 거예요. 회원님 이쪽으로 나와 보세요."
선생님은 지현을 가리켰고, 지현은 멋쩍어하며 앞으로 나갔다.
선생님: "자! 잘 보세요! 회원님 엎드려 보세요. 팔은 머리 위로 쭉 펴시고, 발은 모아서 킥을 강하게 차는 거예요. 그럼 그 반동으로 팔부터 머리, 가슴, 배까지 쭉 웨이브를 깊게 타보는 겁니다. 아시겠죠? 자. 들어가시고, 제가 한 번 보여드릴게요."
선생님은 머리에 걸쳐있던 수경을 쓰고 시범 보일 준비를 했다. 수모를 고쳐 쓰고 물속으로 들어가 크게 웨이브하고, 물 밖으로 나와서 숨 쉬는 동작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선생님: "자! 보셨죠. 이렇게 50미터 하나 해볼게요. 출발~!!"
웨이브 자체가 안 되는 몸인데 될 수 있을까 나 자신이 의심스러웠다. 앞에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면서 출발할 준비를 하였다.
선생님: "그다음 출발!"
아까 보던 대로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큰 웨이브를 몸으로 해보려고 노력했다. 근데 워낙 운동을 안 했던 사람이라 허리도 아프고 웨이브도 안 된다. 선생님이 도착한 사람들을 쭉 훑어보고 몇 사람을 찍는다.
선생님: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지금 이 분들은 깊게 안 들어가니깐 웨이브가 크게 안 되는 거예요. 밖에서 봤을 때 물 겉에서만 깔딱깔딱하는 웨이브처럼 보이거든요? 웨이브를 타실 때 가슴으로 밀어주는 거 잊지 마세요. 자 다시 출발!! "
사람들은 수경을 고쳐 쓰고 하나씩 출발하기 시작했다. 나도 출발하기 위해 준비하는데 세경이 뒤에서 쓱 다가왔다.
세경: "선생님이 왜 너만 가르쳐줘?.."
나무: "네?....."
세경: "아니 그렇잖아. 선생님이 너만 가르쳐 주는 거 같아."
나무: "저한테만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세경: "아냐. 계속 너만 가르쳐 주고 있잖아!"
나무: "못하는 사람들 그냥 알려준 거죠...."
세경: "넌 좋겠다. 수영장 오면 남편이 한, 둘이 아니라서! 나중에 저 선생님이 너 보쌈해 가는 거 아니야?"
머리를 망치로 친 듯이 한동안 멍했다.
'남편이 한, 둘이 아니라고?
나를 보쌈해 갈 거 같다고?
대체 왜 저런 소리를 나한테 하는 거지? 살다 살다 이런 소리를 처음 들어본다.
너무 황당해서 머리가 정지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수업이 끝났다는 신호와 함께 사람들은 샤워실로 향했다.
세상에 이런 종류의 사람도 있구나.....
지금껏 살면서 이런 사람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