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예감

세경을 만나다.

by 나무

수영장을 등록한 후 여러 사람들한테서 그 수영장 아줌마들이 말이 많다는 둥, 텃세가 심하다는 둥 여러 가지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조금은 신경이 쓰였지만 집에서 그냥 청소만 하면서 비생산적으로 사느니 나를 위해 오롯이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운동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영을 배우러 나섰다.


나무: “전 수영복이랑 수모, 수경 가장 저렴한 세트로 골라서 샀어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게...”

혜원: “저도 자신 없어요. 첫날이니깐 한 번 해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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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한 레인에 ‘초급’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고, 누가 봐도 초급 느낌이 팍팍 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우리 둘은 그쪽으로 걸어가서 조심스레 수영장에 몸을 담갔다. 주변을 다 둘러보지도 못한 채 갑자기 스피커에서 큰 음악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수영장에 있던 아줌마들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하나같이 체조를 했다. 체조가 끝나자마자 각 반 담당 선생님이 자기 반으로 향했다.


초급반 선생님: “안녕하세요? 원래 한영 수영장에서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이 수영장에 온 날이에요. 수영 다들 처음 배우시는 거예요?”


선생님은 사람들의 반응을 쭉 훑어보았다.


초급반 선생님: “ 네~한쪽으로 쭉 서 보실게요. 저처럼 손은 앞에 잡고 엎드려서 발차기해볼게요.”


사람들은 나란히 서서 너도 나도 발차기를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지나가면서 잘못된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초급반 선생님: “무릎 굽히지 말고~ 힘 있게 발차기~하나. 둘. 하나, 둘”


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해서 그런지 얼마 하지 않았는데도 허벅지 근육이 당기는 거 같았다.


나무: “(발차기를 하면서) 생각보다 힘든데...”

혜원: “언니 전 죽을 거 같아요....”


초급반 선생님: “자! 그만! 이젠 얼굴을 물속으로 살짝 넣어 볼게요. 물속으로 들어갈 땐 음~!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숨 내쉬고 파~! 다시 음~! 파~! 다 같이 한번 해 볼게요”

사람들: “음~! 파~! 음~! 파~!”

초급반 선생님: “일부러 소리를 크게 음파! 하고 크게 낼 필요는 없어요. 제가 회원님들께 시범 삼아 잘 보여 드리려고 일부러 크게 했어요. 다시 한번 해볼게요. 음~! 파~! 음~! 파~!”


수영의 기본도 모르는지라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똑같이 하려고 노력했다.


나무: “음~! 파~! 음~! 파~!

(깜짝 놀라며) 아앗!!”


옆으로 잘 안 돌아가는 내 머리를 손으로 잡고 돌려주는 선생님도 더 놀라셨다.


초급반 선생님: “(웃으며) 제가 더 놀랐어요~”

나무: “앗... 죄송해요.....”


깜짝 놀란 자신이 더 민망해져 얼굴이 빨갛게 됐다.


초급반 선생님: “아마 수영 처음 배우셔서 그러실 거예요. 수영을 배우다 보면 자기는 제대로 하는 거 같은데 다른 사람이 모니터 하다 보면 자세가 잘못된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체크하고 교정해 드리는 거예요. 앞으로도 종종 그럴 테니깐 너무 놀라지 마세요”


선생님은 다른 사람에게 가서 하나씩 자세를 체크해 주었고, 나는 음파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초급반 선생님: “자! 이건 킥판이라고 해요. 이걸 팔을 쭉 펴서 잡고 엎드린 채로 발차기하면서 앞으로 나가보도록 할게요. 킥판 하나씩 받으세요”


킥판을 받고 한 줄로 선 초급반 사람들은 발차기를 하면서 앞으로 나갔다. 앞뒤로 선 혜원과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혜원: “언니 잘해요 파이팅!”

나무: “나 너무 느리면 추월해서 가도 돼요”

혜원: “하하하~언니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은데요”


내 차례가 되자 불안한 마음으로 킥판을 꽉 잡고 발차기를 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빨리 나가는 거 같지 않고 괜히 뒤에 따라오는 혜원에게 민폐를 끼치는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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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어? 왜 이렇게 앞으로 안 나가지?....”

초급반 선생님: “너무 조급하게 하지 말고, 딱! 딱! 끊어서 차세요!”


한 바퀴를 돌고 오자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경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혜원: “언니~딱! 딱! 끊어서 차는 게 뭐예요?”

나무: “그거 지금 나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물어볼 사람한테 물어봐야죠~!!”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오롯이 혼자 하는 운동이었다면 금방 지쳤을 텐데 왠지 수영은 다른 느낌이었다. 혼자 몸을 움직여서 해야 하지만 뭔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운동의 힘듦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운동인 거 같다. 꽤 움직인 거 같아 중앙에 달려있는 전자시계를 올려다보았다.


나무: “한참 한 거 같은데 30분도 안됐어요...”

혜원:"진짜요? 난 이제 집에 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

나무: “우리가 운동을 안 하긴 진짜 안 했나 봐요...... 얼마 안 했는데 이렇게 힘든 거 보면...”


50분의 수업 시간이 지나가자 선생님이 사람들을 동그랗게 모았다. 사람들은 숨을 헐떡거리며 선생님 주위로 다가왔다


초급반 선생님: “오늘 처음이라 많이 힘드셨죠? 앞으로는 더 힘들 거예요”

사람들: “에잇~~ 왜 그래요~~~"

초급반 선생님: “어? 진짠데.... 다들 손 앞으로 모으시고, 오늘 너무 수고하셨고요

하나 둘 셋 하면 ‘빠샤’라고 외치면서 끝나는 거예요. 하나 둘 셋!”

사람들: “빠샤!”


사람들은 박수로 마무리하고 흩어질 찰나 한 사람이 초급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은자: “오늘 우리 반 사람들 서로 처음 보니깐 씻고 나서 로비에서 잠깐 모이면 어떨까요? 제가 티타임 가지려고 집에서 좀 챙겨가지고 왔는데 시간 되시는 분들은 차 마시면서 이야기 나눠요~!”


사람들은 다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 거리며 샤워실로 향했다.

나무: “원래 이렇게 반끼리 모이고 그래요?...”

혜원: “언니... 저도 처음 배우는 거라 잘 모르겠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듯 누군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세경: “원래 수영장에선 다들 이렇게 해요~!! 수영장 분위기 잘 모르는구나~?

씻고 나와요~! 기껏 준비하셨다는데 차 한 잔 마시는 거 어렵지 않잖아?"


우리의 대답도 듣지 않고 샤워실로 휙 들어가 버렸다.


'뭐지.... 남의 이야기에 불쑥 끼어들어오는 이 매너는.....? 언제 봤다고 은근슬쩍 말을 놓을까?....

이 사람 첫인상부터가 왠지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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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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