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최고의 몸치가 수영장을 등록할 줄이야.... 맙소사......
며칠 후, 소은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원하지 않았던 전화가 울려왔다.
나무: “여보세요?”
혜원: “여보세요? 저 민영이 엄마예요.”
나무: “네... 안녕하세요?”
혜원: “소은이는 어린이집 갔죠?
나무: “네..”
혜원: “그럼 우리 집 앞 빵집에서 커피 한 잔해요!”
나무: “지금요?....”
혜원: “네. 혹시 지금 바빠요?”
나무: “그건 아닌데...”
혜원: “그럼 얼른 나오세요. 빵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무: “아... 네... 알겠습니다.”
나는 서둘러 화장대에 있는 쿠션을 꺼내서 얼굴에 두들겼다. 그리고 오랜만에 립 글로즈를 꺼내서 입술에 슥슥발랐다. 빗질한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빵집으로 향했다.
빵집에 도착하자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 혜원의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보였다. 위치를 확인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무: “많이 기다리셨어요?..”
혜원: “아뇨. 방금 왔어요. 뭐 드실래요?”
나무: “전 아메리카노요...”
혜원: “제가 주문하고 올게요”
나무: “같이 가요”
우린 계산대 앞에 나란히 서서 주문을 했고, 바로 나온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나무: “잘 마실게요..”
혜원: “원래 불러낸 사람이 사는 거예요.”
우리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혜원: “소은이네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죠?....”
나무: “네... 몇 달 안됐어요..”
혜원: “그럼 어디서 오신 거예요?”
나무: “무안이요.. 전남 무안”
혜원: “아.... 원래 집이 무안이에요?”
나무: “아니요.. 집은 서울인데 남편 직장 때문에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가 여기 오기 전 무안에 있던 거예요...”
혜원: “그러시구나... 저도 여기가 집은 아니에요.”
나무: “아 그러세요?... 친정이 어디세요?”
혜원: “전 부산이에요..”
나무: “그럼 여기에 사신지는 얼마 되셨어요?”
혜원: “한 5-6년 된 거 같아요”
그녀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 타지에서의 깊은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녀 또한 남편 직장 때문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따라온 것이란 걸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낯선 그녀에게서 어쩌면 또 다른 나 자신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생각보다 이야기가 잘 통했다. 그리고 빠른 시간 내에 그녀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져 내심 놀랐다. 그런 나 자신이 낯설고 낯설었다. 우린 그 후로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혜원: “언니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나무: “저 아무거나 잘 먹어요. 혜원 씨 뭐 좋아해요?”
혜원: “그럼 우리 새로 생긴 돈가스집에 가요. 거기 옛날 경양식 스타일로 나오는데 사람들이 맛있어서 줄 서서 먹더라고요”
나무: “아 그래요? 거기 가요”
사실 난 줄 서서 먹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줄 서서 먹어본 적도 당연히 있다. 근데 기다린 결과 그렇게 줄을 서야 할 만큼 맛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선뜻 제안한 혜원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따라나섰다.
혜원:"역시 사람이 많네요! 원래 여기가 되게 조그맣게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서 이렇게 확장까지 했네요"
나무: “장사가 잘되긴 했나 봐요. 넓네요”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고 우리는 그 돈가스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식전 수프가 나왔다.
혜원: “우와 맛있겠다”
나무: “돈가스 진짜 크네요”
www.utoimage.com
손바닥보다 훨씬 큰 돈가스가 접시가 꽉 차게 담겨 있었다. 이 돈가스 집도 사실은 기다려서 먹을 만큼의 대단한 맛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누군가와 편안하게 이야기하며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혜원: “언니! 요즘 살이 쪄서 고민이에요. 맛있는 건 너무 많고, 먹긴 해야겠고... 근데 운동을 아예 안 하니깐 몸도 좀 안 좋아지는 거 같아요. 언닌 운동해요?”
나무: “저 운동하는 거 안 좋아하는데.... 헬스도 3개월 끊어놓고 2주 갔나?....”
혜원: “저도 그런데..... 언니 우리 같이 운동할래요? 우리 아파트 앞에 수영장 있잖아요. 거기 나라에서 관리하는 곳이라 가격도 저렴하고 괜찮은 거 같은데. 우리 같이 수영 다닐래요? ”
나무: “수영?? 여태껏 살아오면서 수영 배워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전 운동신경도 너무 없고 수영 배우는 거 쉽지 않을 거 같은데... 혜원 씨 한 번 해봐요!! 잘할 거 같은데....”
혜원: “언니 저 혼자는 용기가 안 나요... 저도 수영은 처음이라서.... 그리고 운동은 혼자 하면 금방 포기할 거 같아요. 언니 우리 같이 해요!!”
나무: “전.... 진짜 운동 신경이 없어요. 배우는 속도도 엄청 느려서 다른 사람들 못 따라갈 거예요. 그거 민폐잖아요...”
혜원: “언니~~ 같이 해요!! 저 언니 없음 저 혼자 못할 거 같아요. 서로 의지하면서 건강을 위해 운동 같이해요!”
나무: “수영을 배운다는 걸 생각조차 해본 사람이 아닌데......”
혜원: “언니~~~ 그래도 생각 한 번 해봐요~~!!”
나무: “알았어요 알았어~생각해볼게요... 생각만 해본다는 거예요. 너무 기대하지 마요!”
혜원: “이왕 생각하는 거 좋은 쪽으로 생각해 주세요.”
우리는 옛날 경양식 돈가스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서로의 유머 코드가 잘 맞았고 마치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난 듯 우리의 본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주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린 서로의 집까지 오고 가며 편한 사이가 되었다. 친정에서 새로운 반찬을 보내주면 맛 한번 보라고 서로의 집 문고리에 살짝 걸어놓고 가기도 하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땐 아이들을 맡아 돌봐주며 일을 볼 수 있도록 서로 배려했다. 그러다 보니 계획하지도 않은 수영장을 어느새 같이 등록하게 되었다.
내가 수영장을.....? 휴..... 뭔가 불길한 예감이.......
www.utoima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