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아래

마쓰다 미리/애니북스

by 머무는바람

어릴 적 나는 작은 오빠가 동네 애들한테 따놓은 종이 상자 속 가득한 유리구슬 들여다보길 좋아했다. 그중에는 가끔 커다란 왕구슬도 끼어 있었는데 그런 왕구슬을 만날라치면 한참을 눈을 유리구슬에 박고 그 속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렇다고 유리구슬 속에 그리 특별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어릴 적 나에게는 투명한 유리구슬 속을 가로지른 색색의 모양이 꼭 어느 행성을 둘러싼 고리 같아 보였고 미처 다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버린 작은 공기 방울 들은 뭔가 고요한 우주 같은 느낌이 들게 하였다. 그렇게 오빠가 모아놓은 우주들을 들여다보고 굴리며 노는 재미가 특별했었다.


그 어린 시절 이후로 나에게 우주는 그저 나와는 거리가 먼, 실감하기 힘든 공간적인 의미로만 차지하고 있었다. 야경을 빛내는 형형색색의 전구 불빛에 밤하늘의 별빛은 빛바래 보이기 일쑤다. 너무나 밝아져 버린 도시에서 그렇게 우주도 빛을 잃어간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우주는 그럴지도 모른다.


이 책은 마스다 미리의 24편의 만화와 안도 카즈마의 24가지 우주 이야기가 함께 한다. 가볍지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만화에 우주 이야기는 덤으로 챙겨도 좋을 책이다.


우주에 대한 공감으로 가족이 되기도 하고 데이트가 힘든 뾰로퉁한 연인에겐 일 년에 한 번 밖에 못 만나는 견우 직녀성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어주는 식이다. ‘누구나’ 갈 수 있다는 우주여행에 낄 수 없다고 스스로의 존재를 작게 만든 것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생기를 챙겨 넣는 우주의 활력을 느낄 수도 있다. 지구의 궤도에서 이탈해 버려 그 자신은 떠돌이 행성이 되고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아 측은해 보이지만 오히려 생각지도 않게 얻게 된 떠돌이 행성만의 자유로움은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 우리들에게 사뭇 마음 편한 여유를 선물한다.


뒤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는 것이 어쩌면 스스로를 살게 하는 자유를 찾아 나서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약속에 늦는 남자 친구를 기다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쓰고 있음을, 그래서 함부로 할 수 없음을 알게 하고 잃어버린 젊음을 돌려달라는 귀여운 어깃장도 놓아본다. 모두가 반짝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빛나지 않아서 다행인 사람도 있고 가끔은 일부러 빛을 좀 끄기도 해야 되는, 인생은 그렇게 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위로를 무심한 듯 던져준다.


마스다 미리의 우주 이야기에서는 이렇게 부부, 부모와 자식, 선생님과 학생, 회사의 동료, 그리고 연인들 사이의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 하나하나의 우주 이야기가 된다. 저 멀리 동떨어진 공간이 아닌 만나고 살아가고 사랑하고 불안해하는 우리들 일상의 시간과 추억으로 스며든다. 그 스며듦이 사소한 먼지 같은 나와 우리의 존재를 각양각색의 별 하나쯤은 능히 품은 심오한 우주적 존재임을 알아채게 만든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복잡한 마음이 들 때면 한 번씩 들여다 볼일이다. 우주를 들여다보듯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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