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잠든 눈 앞이 뭔가 환한 느낌이다.
설마, 그럴 리가!
바짝 긴장한 혈관이 꿈틀, 살짝 눈을 떠 보니 커튼이 젖혀져 있다.
창으로 들이친 아침 햇살이 거실의 먼지를 몽글몽글 스캔하는 중이다.
보는 순간 입안이 먼지로 까끌까끌한 느낌이다. 아니 고양이 털뭉치를 굴리는 것 같은 느낌인가.
침을 삼킬 수가 없다. 저 먼지덩이들이 목을 콱 막아버릴 것 같다.
아, 이런 실수를.
기우뚱한 몸을 일으켜 커튼을 친다.
그래도 슬그머니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의 발을 찰싹! 쫓아내고는 암막으로 꼼꼼하게 방을 싸맨다.
이제야 느슨해지는 혈관들. 그래 이 정도면 괜찮을 거야.
머리를 한 번 돌려본다. 스멀스멀 감지되는 은근한 불편함.
오늘은 틀렸다.
잠깐 들이친 아침 햇살은 집요한 편두통을 깨웠다.
한쪽 관자놀이 욱신할 때마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다.
눈 안에 개구리 한 마리 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한 손으로 눈을 꾹 눌러 안구 탈출을 막아본다. 눈알이 얼얼하다.
약은 듣지 않는다. 어두운 방에서 한참을 널부러진다.
날카로운 아.침.햇.살.은 달달달 드.릴.처.럼. 내 머리를 쪼아댄다.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