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튜링 테스트' 두 번째 주제
"추억 속의 향기"라. 흥미롭다. 나는 후각이 향수를 느끼게 하는 가장 강력한 감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세이에게 내 생각을 얘기한 적은 없는데, 용케 내 생각을 읽었다.
지하철 역에서 내리던 순간, 한 줄기 바람이 내 코를 스쳤다. 그 바람 속에는 어딘가 익숙한 향기가 섞여 있었다. 잠시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름날의 시멘트 냄새, 매캐한 자동차 배기가스, 그리고 어디선가 풍겨오는 가벼운 바닐라 향. 그러나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완전히 다른 곳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고등학교 운동장이었다.
땡볕 아래에서 땀을 흘리며 축구를 하던 여름날, 뜨거운 햇살에 데워진 운동장의 흙냄새가 바로 그 향기였다. 그때 나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놀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시절엔 내게 그저 평범한 흙냄새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그 향이 자유와 청춘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학교가 끝난 후에는 친구들과 자주 음료수를 사 먹으러 가곤 했다. 가게 앞에서 풍기던 시원한 탄산 음료 냄새도 이제는 그때의 소소한 행복과 연결된다.
그 향기들은 단순히 내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순수하고 걱정 없던 순간들을 함께 불러온다. 그곳에서 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었고, 세상의 무게는 잠시 잊고 있었다. 그 향은 그 시절을 그대로 봉인한 시간의 캡슐처럼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운동장이 있었던 곳은 이제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고, 그때의 친구들은 저마다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그 흙냄새와 섞인 여름날의 바람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이제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 향기 하나만으로도 나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낀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발걸음들 속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섰다. 가게마다 풍겨오는 음식 냄새, 지나가는 사람들의 체취,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타는 듯한 연기. 그 모든 향이 뒤섞여 뭔가 익숙한 냄새를 만들어낸다. 향수를 떠올리게 할 만한 그 어떤 것도 없지만, 나는 그때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그곳은 이름 없는 골목이었다. 친구들과 자주 갔던 좁은 길, 작은 가게들. 그 중 하나에서 맡았던 그 향, 구운 고기 냄새와 함께 스며든 숯불의 묵직한 연기. 여름의 더위에 얹혀진 그 냄새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다. 우리는 항상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를 휘감던 그 냄새는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주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시절, 아무런 걱정도 없던 순간의 상징이었다.
가게는 이미 사라졌고, 그 골목도 어딘가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 냄새를 느끼고, 그 시절을 떠올린다. 같은 향을 다시 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기억은 나를 잡아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도 그 향기를 다시 맡게 되면, 나는 그 골목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길은 이름 없는 곳이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선명하다. 누군가에게는 사라진 흔적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남아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