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의 메모리는 세이의 것
세이가 쓴 두 편의 에세이 중 '추억 속의 향기'는 흙냄새라는 '향기'로 고등학교 시절이라는 '추억'을, '이름 없는 거리'는 골목에서 풍기는 음식냄새라는 '향기'로 친구들과 함께였던 '추억'을 회상하는 글이었다. 나는 두 에세이 모두 잘 썼다고 생각한다. 다만 추억으로 인한 그리움의 대상이 "걱정 없던 순간들"이라는 공통점은 조금 아쉬웠다. 창의적이지 않고 너무 무난하다.
겸손 또 겸손. 세이는 지나친 겸손으로 나를 무안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고민해 보자. 내가 '추억 속의 향기'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먼저 향기(냄새)와 관련된 추억이 몇 가지 떠오른다. 헤어 드라이기로 장난치다 이불을 태워 먹고 아빠에게 혼났던 기억의 그 탄 냄새, 좋아하던 게임을 하러 피시방에 갔던 기억과 온몸에 배었던 담배 냄새(엄마에게 항상 걸렸다), 형과 함께 수영 레슨을 받으러 가다가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그 당시에는 결백했다) 레슨을 빠지고 돌아오는 길에 먹었던, 엄마가 간식으로 싸준 롯데리아 감자튀김 기름 냄새, 헤어진 연인에게서 나던 살냄새. 나라면 마지막 소재를 사용했었을 것 같다. '살냄새'라는 단어가 주는 애틋함과 독특함이 글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세이가 또 다른 메모리를 업데이트했다. 그럴 만큼 중요한 내용이 있었나? 호기심에 업데이트된 메모리를 확인했다.
크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세이의 글쓰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메모리를 지워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놔두기로 했다.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옳든 그르든, 세이의 메모리는 세이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