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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사이시옷 Nov 23. 2022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이태원 참사와 PTSD의 모든 것

용인 정신과병원 / 김한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더 중요한 건 그 기간 동안에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거든요

※ 이 컨텐츠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힘들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작되었으며, 그 뜻을 함께하는 용인정신병원의 자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희생된 분들의 명복과 고통받으시는 모든 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합니다.




트라우마라는 말은 라틴어를 뿌리로 한 큰 상처를 의미합니다.

이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침습 사고'라고 하는데 

원하지 않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고, 꿈에서도 반복되고 머릿속에 나올 수도 있고요.



두 번째는 '과각성'입니다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아주 사소한 자극도 굉장히 예민해지고, 그러다 보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회피 증상'인데요.

우리가 그런 큰 상황을 겪게 되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내가 접촉해야 되는 모든 것들을 피하는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그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길이나, 장소나 비슷한 대화들에 대해서 내가 회피를 하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이제 집에서 나오지 않고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는 이런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나는 나쁘다', '세상은 위험하다' 등의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 내리게 됩니다.



PTSD와 트라우마가 다른 것은 그런 상황을 누구나 경험할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PTSD 진단을 받진 않습니다. 


심리적인 큰 상처를 받고 난 이후에 일상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스트레스가 지속될 때 우리는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성폭행 사건이나, 자연재해나, 어떤 범죄에 노출되었을 때 우리는 심리적 상처를 받게 되고 그런 상처를 직접적 경험하지 않았어도 옆에 있거나, 가까운 친구들이 그런 걸 했을 때도 PTSD 진단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집단 트라우마의 상황은 사실 국제적으로도 많이 있는데, 예루살렘에서 성지순례 관련해 좁은 장소에 여러 사람들이 몰리면서 큰 사상자를 내는 그런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국내 사례로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그리고 성수대교 붕괴사건들이 있었고요. 최근에는 이태원 참사 사건이 있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어떤 참사 사건을 겪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과서적으로 위험 인자로 알려진 부분들은 어린 시절에 어떤 큰 외상 경험을 했다거나, 주변에 지지체계가 좀 부족하다거나, 또는 지금 현재 삶에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위험 요인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진단되는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는 부분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이런 그 이태원 사건 관련해서 여러 국민들이 심리적인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공감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예루살렘에 있는 그런 압사 사건에 대해서 크게 공감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보통의 사람들은 성지순례라는 경험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나'와의 어떤 연결을 짓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이번에 이태원 참사 사건의 경우에는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본 이태원이라는 지역, 내가 매일마다 걸어 다니는 길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강하게 연결 지어서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큰 두려움이 느껴질 수가 있습니다.


내가 갖고 있는 이런 큰 두려움들을 분리해 내기 위해서 그런 사건들은 나와 관련 없다고 만들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이태원에 가게 되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또는 이런 코로나 시기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냐"는 식의 비난으로 이어질 수가 있는데 그건 사실 어쩌면 자신의 마음속에 그 사람과 나를 연결 짓고 싶지 않은 공포심에서 연결될 수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우리가 스스로 어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좀 마음이 편한데 이태원 사건은 내가 통제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면 혹시 비행기가 사고 나지 않을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는데 사실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보다 훨씬 많거든요. 그럼에도 우리가 비행기 사고에 대해서 항상 더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 사고가 일어났을 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같이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거라 생각하는 어떤 통제 이슈에서 사람들은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고 생각을 합니다.



관련되어서 정신분석에서 굉장히 유명한 개념이 있습니다.

'반복 강박'이라고 해서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나온 건데요.

2차 대전 시기에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이 국내로 돌아와서 계속 그 전쟁과 관련한 사례를 프로이트는 보게 되었습니다. "꿈은 소망의 충족인데 고통스러운 꿈을 왜 반복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던 것입니다.


프로이트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고통을 반복함에도 꿈을 꾸는 이유가 내가 어떤 통제감을 갖기 위해서라고 이해를 했습니다. 그 상황은 반복하면서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스스로가 어떤 통제감을 갖게 된다면 훨씬 자신의 마음에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던 거죠.


하지만 '양날의 검' 일수도 있는 것이 '고통을 반복해야 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 사건에서 굉장히 영웅적인 활약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가 될 수 있었던 여러 사람들을 구출한 사례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그런 분들이 '내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았을까?' 하면서 스스로가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그 상황에 처했을 때 통제할 수 없는 그 상황을 그 불안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모든 문제를 '나'에게 귀인을 하고, 그러면서 내가 통제감을 갖기 위한 것으로 이해를 할 수 있는데요.


사실 이렇게 내가 계속 그 고통을 반복하다 보면 오히려 만성적인 우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삶을 살다 보면 어떤 경우에서는 우리가 통제할 수가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사실 그냥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PTSD 환자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의 모든 상황을 자신이 그 경험했던 외상 상황과 자꾸 연결 지어서 바라본다는데 핵심이 있습니다. 

PTSD 환자분들 같은 경우에는 그때 당시에 경험했던 여러 가지 감각 정보들을 하나의 덩어리로 통합하지 못하고 깨진 감각 정보.

소리나, 그 상황이나 감정에 압도되어 있는 경험을 보게 됩니다. 어떤 맥락을 통해서 그 상황을 이해해야 되는데, 하나의 감각정보를 통해서 해석을 하다 보면, 예를 들어 어떤 큰 소리가 났을 때 그 소리를 그냥 일상의 소음으로 생각하지 않고 외상을 경험했던 그 상황으로 확 빠져들고, 그렇다 보니까 아주 쉽게 자극이 되고, 과민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의 힘은 굉장히 이 거대한 환경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 공동체로서  옆에 사람과 같이 그 고통을 나누면서 큰 힘을 얻게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전쟁 군인들도 심리적으로 견딜 수 없는 전쟁 상황에서도 옆에 전우들과 서로 의지하고 그럼으로써 이제 그 상황을 이겨내는 것처럼 거대한 슬픔의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든 상황을 좀 같이 이겨내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몸'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몸의 경험을 통해서 그 상황을 인지하게 되는데 PTSD 경험을 하게 되면 몸에 대한 감각에 대해서 굉장히 무뎌지게 됩니다. 작은 신체 감각도 자꾸 그 외상 경험과 연결 지어서 생각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무뎌지게 되는 거죠. 회피하는 반응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다 보면 우리가 삶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어떤 감각이나, 경험들을 자꾸 회피하게 되고

내가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상 경험했을 때 몸에 마사지 라던가, 주변 사람들과의 따뜻한 신체접촉을 통해서 좋은 신체 감각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다음으로는 너무 많은 정보를 노출되다 보면 자꾸 '재경험'하게 되고. 우리 뇌는 이렇게 자꾸 반복 노출을 하게 되면 그게 나에게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을 하게 돼서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스마트폰이나 뉴스 기사를 좀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음으로는 항우울제 대한 얘기를 좀 드리고 싶은데요. 

과각성된 상황에서 우리가 갑작스럽게 안심을 시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에 있는데, 세로토닌을 증가시켜서 안정감을 유도할 수가 있거든요. 어떤 분들은 이제 이런 정신과 약을 먹게 되면 '평생 먹지 않을까?' 이런 두려움에 빠져서 약을 복용하지 않고 버티게 되는데 먹는다고 계속 먹어야 되는 것은 아니고요. 내가 지금 너무 불안하고, 안정감을 느끼지 못할 때는 일시적으로 약을 통해서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신과적인 상담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요. PTSD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상황에 고착화되어 있고 그것도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조각조각난 경험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문제는 이렇게 조각조각 나있으면 그 상황을 해결할 수가 없고 공포심에만 빠져 있을 수 있습니다. 전문의와 상담을 하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고 내가 갖고 있는 죄책감 이라던가, 부정적인 감정들을 스스로 용서할 수 있음으로 회복으로 이를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저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는다는 게 사실은 쉬운 일이 아닐 거라고 공감합니다.

정신과에 가게 됐을 때 사회적으로 정신력이 좀 약하다고 생각이 들거나, 내가 뭔가를 의지하기 시작하면

완전히 내가 한없이 무너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치료'라는 것은 환자가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 얘기하고 자신이 억압하고 있는 부분들을 스스로 발견함으로써 자기 용서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어쨌든 편안하게 해주는 방법들을 찾아가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너무 오랜 시간 동안에 자신의 억압이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으면 오랜 시간 동안 쌓인 문제들은 사실 해결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고요.


더 중요한 건 그 기간 동안에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거든요



우리의 삶에서 현재라는 건 굉장히 중요하고, 지금 내가 경험하는 것들을 그 나이 때. 그리고 그 시간에 맞는 경험들을 해 나가야 되는데 너무 늦게 오신 분. 예를 들어서 20~30대 동안 내가 충분히 경험하고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신 분들은 40대 오셔서 그때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남들이 경험한 것을 자신은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럴 때 제일 안타까움을 느끼고 지금 현재 삶에서 현재를 살아가지 못한다고 느껴졌을 때는 그때는 꼭 정신과뿐만이 아니라도 주변에 도움을 요하거나 필요하면 상담을 받아서 그때 치료를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으로 거의 우리나라 전반에 많은 분들이 마치 자신의 일부가 죽은 것 같은 거대한 슬픔에 잠겼던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아픔을 느끼고 있고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고통을 받는 이웃들을 잘 살펴봐주고 보살펴 줌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고통이 내가 나약해서라던가, 내가 부족해서라던가, 고통을 받아 마땅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건을 겪게 되면 사람은 자신에 대한 어떤 부정적인 생각과 빠지게 되거든요.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처벌하는 그런 의미로 도움을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남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누구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도움을 항상 받고 있고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부끄러워하거나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yyUQsyVc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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