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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Mar 09. 2022

주재원 와이프의 역할

- 전지적 주재원의 와이프 시점.

'주재원'이 되면 좋은 점을 꼽으라고 했을 때 

자식을 둔 부모라면  첫 번째로 떠올리는 생각이


'아이를 국제학교 보낼 수 있어서.'

'아이들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어서'


가 아닐까 싶다.


교육에 열정이 많은 한국 부모라면  "주재원= 아이 영어교육"이 가장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정해진 기간 동안 회사의 서포트를 받으면서 해외에서 한 번은 살아 볼 수 있다는 것도!

그렇다면 주재원 기간 동안 와이프들 로망? 계획? 은 무엇일까.



90년대만 해도 대부분 주재원 와이프들이 직업군이 '주부'였다. 하지만 요즘 내가 만나는 주재원 사모님들은 직장을 휴직하고 남편의 주재원을 따라왔거나, 남편과 같은 지역에 주재원을 지원해서 회사는 다르지만 같은 곳으로 주재원을 오기도 한다. 그리고 주재원 기간 동안 학업을 시작하는 사모님들도 있다. (MBA를 딴다던지, 골프 티칭프로 자격증을 딴다던지 등등. 요즘 엄마들 열정은 최고다)

이렇게 남편을 따라 주재원 사모님이 되었을 때 우리는 꽃밭에 앉은 걸까? 우리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현실은...

주재원 와이프의 실상은 힘든 남편 뒷바라지하랴 아이들 국제학교 보내며 학교 챙기랴 (국제학교는 엄마들이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행사가 많아도 너무 많아~ 거기다 간식, 점심 도시락도 준비해야 한다. 동남아의 하루 시작은 새벽 5시!) 그림자처럼 뒤에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가족들을 챙기다가 나 자신을 잃기 쉽다. 점점 내가 흐릿해지는 기분이다. 물론 모두가 다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바쁘게 워킹맘으로 살다가 온전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서 만족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사회관계는..? Relationship

이곳에서 맺은 인연은 '내'친구가 아니라 남편과 자식을 통해 맺히는 인연들이 대부분 이기 때문에 오롯이 나를 드러내 보이기 어렵다. 남편이랑 같이 일하는 거래처 회사의 와이프, 우리 아이의 같은 반 아이의 엄마이다. 내가 그들 앞에서 어떻게 속 후련히 내 속마음을 이야기할까?  한국에서도 어려웠던 사람과의 관계가 이곳에 오면 더 어려워진다. 


조언 아닌 조언. 

자칫 엄마 '나'자신을 위한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학교 엄마들과 커피 미팅하고 아이들 엄마들과 앉아서 이야기만 나누다가 그렇게 주재원 시간이 지난다. 물론 이런 시간들도 쉼의 시간으로 여긴다면 괜찮겠지만 나같이 성취도 중요하고 자아성장 이런 거에 관심 있는 엄마라면 아마도 이런 시간들이 힘들 것이다.

주재원이 되었다면, 주거와 아이의 학교 선택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인데 이러한 것들이 결정이 되었다면 그다음은 '나는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할까? 하고 꼭 한 번쯤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히 잘 있다 왔으면, 우리 아이 영어실력이 부쩍 오르기를, 이런 거 말고.)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하고자 계획을 세웠을까?


바로 '경험'이다. 


사실 나는 '경험'보다는 '관계'에 무게를 두고 왔다. 해외에 왔으니 다양한 나라의 친구를 사귀어서 그 가족과 교류도 해보고 싶었고 문화도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자카르타는 그냥 한국인이 정말 많다.)에는 한국인이 대부분이고,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도 한국 아이들이 거의 50% 가까이 된다. 그리고 30대 후반의 내가 만나는 외국 엄마들이 나의 완벽하지 않은 영어를 아주 세심하게 들어줄 리 만무하다. 20대 시절 어학연수 시절에야 젊음으로 모든 것이 다 덮어지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렇게 이곳에서 내가 뭘 해야 할까? 하며 계획도 목표도 설정을 못하고 있을 때 내 이야기를 들은 지인의 이야기는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한국에 좋은 인연들이 가득한데, 뭐 하러 거기서도 인연에 연연해요. 주재원 간 김에 거기에서만 할 수 있는'경험'을 많이 하고 오세요. 나는 사람 관계 맺는 거에 조금은 피곤해하는데 그렇게 끊임없이 사람을 알고 싶어 하고 인연을 맺는 기필코 님도 참 신기해요."


 '경험'은 사실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다. 아무래도 사람을 좋아하고 좋은 사람을 통해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는 것에 관심이 많다 보니 '관계'에 많이 치중했는데 이 관계가 맘처럼 잘 안된다. 그리고 결혼하고 '학생'의 신분이 아닌 '주재원 와이프'의 신분은 생각보다 관계에 걸림돌이 많다.



주재원 와이프가 되셨나요?

나는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할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 꼭 한번 생각해 보고 계획을 세워 보시길 바랍니다.

그곳에서의 4년 5년의 시간이 꼭 가족에게만 아니라, '엄마' 본인 자신에게도 자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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