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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Mar 03. 2022

애쓰지 말자

- 타향살이. '그냥' 도 힘든데 우리 너무 애쓰지 말아요.

타향살이.

고향 떠나 타향살이가 얼마나 고생일까~라는 말이

어렸을 때는 크게 공감되지  않았던 말이다. 

아주 아주 철없던 마음에는

외국에 가서 살면 얼마나 좋아?라는 생각이 컸다. 

지금도 내 인스타그램을 보며 '여행'에만 포커스를 맞춘 시각으로 본다면 고생보다는 '해외 가서 얼마나 좋겠어~?'라고들 생각할 거다. 

나 혼자가 아닌, 남편과 그리고 토끼 같은 나의 두 딸과 함께 이제 막 7개월 차에  접어든 자카르타 생활.

감사할 것을 찾아보자면 감사한 일들이 많지만, 또 힘들다 생각하면 힘든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인도네시아에 살며... 어려운 점 힘든 점은 과연 뭘까?




1. 걸어서 나 혼자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가장 힘들고 불편한 것을 꼽자면 '도보'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없다.

마트 하나 가더라도 자동차를 타야 한다. 아이들 등하교만 왕복 한 시간 거리이다. 그러니 이곳에서 '기사' 없는 생활이란 상상할 수 없다. 기사가 없다는 건 내 발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야 두부 한모 떨어지고, 식용유 없으면 잠깐 5분? 10분 걸어 나가서 사 오는 것들이 이곳에서는 차 타고 20분 이상은 가야 한다. 그래서 한번 장을 볼 때 이것저것 쟁여오지만, 요리할 때 '아! 이게 필요한데!' 싶은 것들이 꼭 있다. 이곳에서는 냉장고 재료 상태를 보고 요리를 해야지, 내가 무엇이 먹고 싶다고 요리를 시작했다간 2%가 부족한 음식을 먹기에 좋다.( 양파 없는 불고기, 어묵 빠진 떡볶이 등..)

 

2. 기사와 식모의 고용.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동남아 생활에 식모와 기사는 꼭 있어야 할 존재이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대리석 바닥에 건식 화장실이어서 청소하기가 어렵고 집도 한국보다 커졌기 때문에 식모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아이들 학교 행사와 가족들 뒷바라지 하기도 엄마는 바쁜데, 식모도 없으면 아마도 나는 이곳에서 '쉼'이라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주재원의 3 대복 중 하나라는 복이 식모복이라는데 지금까지는 식모복이 있는 거 같다.( 지금까지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렇게 또 믿던 사람에게 발등이 찍힐 수 있기에...) 하지만 주변 여러 집들 이야기들을 들어오면 식모와 기사 관련 에피소드 없는 집이 없다.  다른 나라 사람을 고용해서 한집에 같이 사는 것이 쉽지 않거니와, 기사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들이 있다. 돈을 빌려달라는 기사, 바람나서 도망간 식모, 갑자기 일하기 싫어서 갑자기 그만두는 기사 등. 이곳에 5년간 지내며 식모만 10번 바뀌었다는 분도 계셨다. 그분의 이론에 의하면

 "잘해줘도 나가고, 못해줘도 나간다"  

이 의미는 재해석해 보면 '사람일은 모른다.'와 '굳이 잘해줄 필요 없다' 그리고  '정을 주지 말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차가운 문장들이지만 식모나 기사가 배신하고 나가면 그 상처는 오롯이 다 '내 몫'이다. 나도 기사가 세 번은 바뀌고 나서는 기사가 아무리 잘해줘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그 외에도 좁디좁은 한인사회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무시 못한다.  좁은 사회이다 보니 애매한 관계들도 있고 이런 애매한 상황과 관계들이 힘들게 한다. 이런 좁은 관계망 속에서 조그마한 가십이라도 생기면 그것 또한 피곤하다.  그리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내방식'대로 해결되는 법이 없다. (새로운 집에 이사 후, 집주인이 사주기로 했던 식탁의자... 를 이사 후 한 달 만에 받았다. 이사 3일 전 집 렌트비를 완납하지 않으면 의자를 사줄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더라. 한국에서는 갑질이나 뭐다 난리 날일). 자동차 범퍼 하나 빠졌는데 고치는데 3일 이상이 걸리고 수리하러 들어간 차가 되려 흠집이 더 나서 나오기도 한다. 


기사가 그만둔다면 내가 가려던 약속을 취소해야 할지도 모르고, 식모가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면 안 그래도 바쁜 일상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내가 하루 이런저런 힘듦을 자카르타에서 마음을 붙이고 지내는 친구에게 털어놓으니 친구가 그런다.


"우리 너무 애쓰며 살지 말자"


친구가 이 한마디를 해주는데 마음이 턱 놓아지면서 가장 큰 힘이 됐다. 타향살이 그냥 도 힘든데 너무 다 잘하려고, 너무 완벽하려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살려다 보니 하루하루 쉬운 게 없었는데, 친구가 말해준 이 한 문장이 나의 가슴에 새기고 싶은 문장이 되었다. 

내가 아무리 잘하려 애쓴다 한들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또 아무리 걱정해도 일어나지 않는 일도 있다.


타향살이 너무 다 잘하려 애쓰지 말자.

너무 내가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자.

문제가 일어나기도 전에 미리 애쓰지 말자.

너무 애쓰지 말자.


혹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애쓰지 마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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