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와이프의 고민.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요 며칠 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나의 몸과 마음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내 깊은 마음속 무엇인가 자꾸 아이처럼 질투하고 경쟁하고 시기하고 욕심부리고 갖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내 나이에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며 나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이고, 또 그 모습이 너무 싫어서 힘이 들었다.
엄마들 모임에 여기저기 끼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엄마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의 나의 감정은 학교에서 첫 학기를 막 시작했을 때 어느 친구와 함께 해야 할까 고민하는 모습 같았다. 그리고 교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친구들 그룹에 들고 싶지만, 또 그러지도 못하면서... 관심을 받고 싶지만, 그 관심이 또 부담스러운... 이렇다 할 나의 마음의 정답을 못 찾는다.
나에게 인생 첫 '학부모' 모임과, 나의 인간관계가 아이들과 연관이 돼있다 보니 그 관계가 도통 편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타국에서 40을 곧 바라보는, 서로 각자의 인생 바쁜 엄마들이, '친구' 만들기에 관심은 있을까?
나는 나로서 존재하는 관계가 아닌 '00의 엄마'로 존재하는 관계 들인 것이다.
주재원으로 오니 남편과 관련된 사람들, 그리고 아이와 관련된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다 보니 온전히 '나다움'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남편과의 사람들을 만나면 거기에 맞게 나를 변형시켜야 할 것 같고, 아이와 관련된 사람들을 보면 또 다른 나로 나를 변형시킨다. 그러다 보니 내 하루가 잘못 먹은 음식을 먹은 것처럼 속이 꽉 막혀 있는 거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아무도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에 대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적어진다. 그리고 나도 아이의 친구 엄마에게 그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크게 묻지 않는다. 꼭 서로의 선을 넘지 않으려는 '딱 거기까지만' 하는 대화다.
오늘도 아이들 하교 후에 엄마들과 함께 하는 아이들 플레이데이트가 있는데, 그 시간을 생각하면 한번 들숨을 쉬었다가 날숨을 뱉는다. 물론 좋은 엄마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없던 텐션을 만들어 에너지를 밖으로 쏟기도 하고 아이들이 노는 동안 엄마들과 매일 하는 비슷한 이야기들, 허공에 다 흩어져 버릴 것 같은 대화들을 나눌 생각을 하니 모임 전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그 모임이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이뤄질 것같으, 잘 못 알아들은 대화내용에 잘 알아들은 척 행동하는 눈웃음이 나에겐 필수다. 그래서 그렇게 눈가에 주름이 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