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혼 밥
싱크대 앞에 오래 서있기 싫은 날엔 라면이 가장 간단하긴 하지만 그래도 밥을 먹었으면 하는 게 엄마의 마음이다. 어떻게든 밥 알갱이를 먹는 게 속이 든든하니까. '혼 밥'이라 하면 혼자 밥 먹는 ‘혼밥’이 아니라 다른 반찬 없이도 한 끼 밥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그야말로 재료 씻고 밥과 앉혀서 먹을 수 있도록 간단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콩나물밥. 굴밥. 온갖 야채밥- 재료 씻어서 쌀이랑 같이 솥에 넣고 익혀서 간장과 맛난 기름 넣고 먹기.
'제대로 비빔밥' - *주의!* 더 힘든 한 끼 식사. 갖은 나물 다 해야 함.
야채 비빔밥 - 냉장고에 있는 생야채 넣고 비벼 먹기.
참치 비빔밥 - 참치 캔 기름 빼고 김, 깻잎 찢어서 팍팍! 넣고 고추장으로 마무리
회덮밥 - (마트 갈 때 냉동 참치회 미리 사두고 냉동실에 넣어두면 최고!) 야채와 초장 넣고 비벼 먹기.
온갖 볶음밥 - 가장 편한 건 김치볶음밥. 파 기름 내고 식은 밥에 계란 풀어서 쫙!
그야말로 '김&밥' - 계란. 김치나 집에 있는 장아찌나 시판되는 도시락 김과 밥 싸 먹기'
계란밥 - 계란 프라이하고, 간장에 깨소금. 정 할 게 없을 땐 이거라도.
'혼 밥' 하니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다. 큰 애가 일주일에 하루 음식점에 간다고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나?' 생각했다. 알고 보니 영등포구에 있는 ‘하자센터’에서 친구 둘과 함께 4달 동안 화요일마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판다는 거다.
오합지졸(烏合之卒). 너희들의 상호였다.
한 주마다 팔 음식들을 미리 집에서 연습 겸 만들어서 식구들한테 시식을 시켰었는데 엄마는 덕분에 신났었다. 그때 먹었던 여러 가지 음식들 중에 굴밥이 있었다. 버섯하고 무까지 넣고 만들어서 약간 밥이 질어졌었다. 야채를 많이 넣어서 밥물을 덜 잡아야 했는데, 처음이라 실수한 거였지. 그 경험을 살려서 실전에서는 잘했는지. 물어는 봤는지. 대답은 들었었는지. 통 기억이 안 나고 질든 말든 아들이 해준 특별 식이라 좋았던 기억만 남아있다.
+ 오합지졸에 관련한 이야기
3번이나 연습했었던 떡갈비. 평상시 내가 자주 해주지 않았었던 것이라 더 기억이 난다. 웬만한 아주머니들도 하기 꺼려하는 감자탕. 돈가스와 카레. 오므라이스. 야채 오븐구이까지. “팔아서 남기려고 하면 안 되고, 있는 거 다 줘버려야지 하고 팔면 이윤이 남더라고요.” 몇 번 해 보더니 엄마에게 내가 한 말인데 넌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구나. 그때의 경험들은 다른 어떤 일을 할 때 각각의 것으로 너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그때 그런 단체가 있는 것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많은 것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정말 시간은 빨리 흐르고 젊음은 너무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절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