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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iam Sep 30. 2015

노트북과 비행기, 노트북 in 비행기?

Sri Lanka 가는 길에 끄적끄적

올해 초 Sri Lanka에 잠시 일로 다녀오던 길에 끄적여둔 노트를 꺼내봅니다 

(죄송... 근데 커버 이미지는 막상 사진이 없어서 인천공항에서 찍은 걸로.. 분명 매의 눈이신 분들도 계실 거 같아서 미리 고백)


박사과정 학생이었을 때는, 아니, 그 전에 고등학교랑 대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도 나는 거의 늘 비행기에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타곤 했었어요. 나의 길고 긴 유학생활을 책임져준 수많은 노트북들 (대부분이 장렬히 전사하였고), 그리고 내 전기담요 (12년을 겨우겨우 버티고 박사논문 제출하던 주에 나와 이별하였던- 낡디 낡아서 컨트롤러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이 없었으면 그 오랜 시간 (그리고 그런 추위를!) 못 버텼을 겁니다 (특히 전기담요는 논문 앞 thanks to에 정말 넣고 싶었던). 


방학 혹은 휴가 때, 가족과 최대한 긴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매우 타이트한 일정으로 집에 다녀오곤 했기 때문에 오가는 길에 과제를 끝내거나 공부를 마저 해야 하는 일도 자주 있었고, 또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에는 거의 하루도 컴퓨터에 붙어 있지 않는 날이 없었을 정도로 강박적으로 ‘작업’ (읽고, 논문 쓰고, 데이터 분석하는  작업이요!)을 해야 한다는 목적의식 속에 늘 컴퓨터를 들고 다녔었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과제에 매달려 에세이 한 편을 뚝딱 써낸 적도 있습니다 (어리던  그때는 눈이 피로하고 그런 거 몰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에는 그다지 테크놀로지가 발달하지 못 하여 (제일 길다는 노트북 battery도 2-3시간이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배터리가 짧아 비행기 안에서 작업을 길게 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 했던 일이었고, 그렇게 배터리 파워가 긴 노트북은 나온 후에도 매우 비쌌기 때문에, 학생으로서 나름 절약하는 생활에 젖어있던 나로서는 꿈꾸기 어려웠던 물건이었어서, 지금, 줄어가는 배터리의 눈치를 보지 않고서 이렇게 글을 끄적일 수 있는 일은 매우 반갑기도 하고, 정말 새삼스럽기도 해요. 


물론, 그 보다 더 아이러니한 일은, 이러한 작업환경(!)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나태하고 게으른 마음이 커서 잘 컴퓨터를 들고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일이기도 하지만...(요즈음은 웬만하면 핸드백 하나만 달랑 달고 타려고 머리를 이렇게 저렇게 굴리게 되네요.. 공항 내에서 이동하는 거리가 뭐 그리 길고 힘들다고 원) 그런 내 자신이 반성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는 직업으로서 작업을 하는 것이, 어쩌면 그만큼의 고충으로 다가 와서 적어도 여행 중일 때는 머리를 쉬어주자는 의도였던 것이 새삼 본인이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아주 조금). 


하지만 콜롬보로 향하는 세 시간여의 여정 속에서 오늘은 나와 이 여행에 동행한 내 컴퓨터가 매우 반갑고, 또 이런 일이 가능해진 내 현실이 반가우며, 정확히 말해 작업(리서치 부분에 손댄 것은 아니므로)은 아닐지언정 직업 상의 작업 (내일의 워크숍 준비) 에시간과 노력을 할애한 내 자신에게 건배를 외치네요. ‘너 참 잘 했다’. 그리고 오늘 새삼 한국과 캐나다를, 그리고 그 후에는 영국을 오가던 조금 더 어리던 내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르면서 그리워지네요. 



p.s. '비행기에 노트북' 등의 검색어로 이 글을 읽게되시는 분이 많은거 같더라구요. 원하시는 정보가 무엇이었을까요? 비행기에 노트북 물론 들고 타셔도 되고.. 요즈음은 이코노미석에도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 비행기 모델도 많이 있고, 하물며 와이파이도 돈 내면 가능한 비행편이 많아졌습니다... 옛날에 (호랑이!가 아니고 사람이- 비행기 안에서) 담배도 피우던 시절이랑 비교하면 상상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아 그리고 호주에서 출항하는 비행기는 노트북의 lithium배터리를 부치는 짐에 안 넣어줍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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