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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미숙 Jun 06. 2020

개천

"누가 저런 핏 덩이를?"

지금은 복개천(覆蓋川)으로 뚝섬역에서 구의역까지 이어지는 고가 전철이 놓여 달리고 있지만, 내가 다니던 뚝섬역 근처에 있던 학교에서 집으로 오가는 길은 가운데에 개천이 흐르고 있었고 양쪽으로 길이 이어졌다. 


학교 등굣길을 어느 쪽 길을 택할 것인가는 맘 내키는 대로였다. 

얼음이 풀리는 계절, 막 개학을 하고 일찍 하교하던 때였다. 

개천 양 길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동네 교회 착한 집사님이 

개천 한가운데에서 버려진 한 물체를 향하여 

한숨인 듯 

기도인 듯

눈물을 글썽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말했다.

“아마 공장에 다니는 여자가 낳아 버렸을 거야! 쯔~쯧

“어제 한 밤중에 신문지에 싸서 몰래 갔다 버렸대!”

“아이고! 누가 저런 핏덩이를?”

....


물에 젖어 찢어진 신문지 사이로 몸보다 큰 하얀 머리가 보였다. 

1kg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아주 작은 물체를 

수위 낮은 개천이 차마 삼키지 못한 듯 

징검다리에 걸려 있었다.    


4학년 아이가 보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래도 한참을 바라보았다. 

다시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윽고 누군가가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왔다. 

그리고 수거(?)해 갔다.    


한동안

나는

개천의 그 자리를 차마 지나가지 못하고 

멀찌감치 돌아서 학교를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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