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 Vegas Again
라스베이거스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가면 타 죽는 온도, 그 안은 얼어 죽는 온도였다.
호텔투어, 라스베이거스엔 그런 게 있었다. 라스베이거스를 꽉 채운 호텔들이 그들만의 전쟁통에서 살아남으려 애쓴 것들이 카지노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의 대표 매력이 되었다.
아시아에도 호텔투어를 하는 곳이 있다. 아시아에 있는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의 차이점은 오직 습도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라스베이거스의 특색을 마카오로 그대로 옮겨놓았다.
라스베이거슨 밤에 더욱 활짝 피어나지만 낮이라고 죽어있는 것은 아니고, 낮엔 낮대로 그날을 즐길 게 있다. 선라이즈와 동시에 이글거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택시를 타기도 애매한 거리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밀집된 호텔들을 가로질러 더웠다 추웠다 그렇게 체온을 유지하면서 호텔들을 옮겨 다니며 투어를 했다.
오리지널과 똑같은 이미테이션의 가치는 상승할런진 모르지만, 이미테이션과 똑같은 오리지널은 어쩐지 별로였다.
나에게 통한 라스베이거스의 진정한 매력은 마카오에서 이미 다 본 갖가지쇼라든지 화려한 호텔 이라기보단 '내가 내가 아닐 수 있는 곳'이란 것이었다. 내가 몇 살인지 가늠하지 못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내 나이도 체면도 다 무시하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호텔수영장에서 칵테일 한 잔에 취했는지 차오르는 흥에 도취되었는지 음악에 맞춰 흐느적거리며 13년째 내 남편으로 살고 있는 남자를 유혹했다.
'빵!'
'총소린가?'
겁먹은 나를 놀리듯, 이내 컴컴한 하늘에 꽃수가 화려하게 놓였다. 에브리데이 축제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하늘은 밤만 되면 여기저기서 터지는 불꽃놀이에 시달렸다. 그게 참 별일도 아닌 게 그걸 보겠다고 소리 나는 곳을 향해 기를 쓰고 쫓아가는 촌스런 사람은 나뿐이었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나에게 하이롤러는 재벌남이 통으로 빌려 프러포즈하는 곳,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수려한 야경을 배경삼은 서로를 바라보며 달콤한 칵테일을 홀짝이고 칵테일이 아니라 서로에게 취해 알코올에 취한 것보다 더욱 몽롱한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다. 그런 하이롤러에 우리는 자식농사가 풍년인 대가족과 함께 탑승을 하였다.
하이롤러를 예약할 땐 나도 칵테일을 홀짝이며 오글오글 상투적인 드라마 한 컷 찍고 와야겠다는 창대한 계획이 있었지만, 본인과 키카 비슷한 동양인 여자를 대놓고 쳐다보는 초딩(?)의 눈이 무섭기도 하고, 어차피 분위기도 안 날 거기 때문에 창대한 계획은 흐지부지되었다.
로망을 이루지 못해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지평선까지 반짝이는 라스베이거스의 밤과 저 멀리 쏘아 올려진 작은 불꽃이 어우러진 모습은 인간이 만들어낸 장관이었다.
언젠가 인간은 화성에 집을 짓고 사는 꿈을 기어코 이룰 것이다.
인간보다 먼저 창조된 나무도 살기 힘들어 그늘 한 평 없는 척박한 땅에 도시를 건설한 인간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이루지 못할 게 없을 것 같다.
그날 그 척박한 땅에 지어진 도시의 기온은 46도였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맞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땅은 태양이 달구는 대로 기온이 쭉쭉 올라갔다.
고등학교 정치. 경제 교과서에 들어앉아 이해되지 않는 추상적인 설명으로 사람 환장하게 만들었던 개인의 이익추구가 자연스럽게 시장을 효율적으로 이끈다는 경제학의 핵심원리 '보이지 않는 손'이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게 뭔 말이었는지 알게 되는 날이 왔다. 너무 늦어 아쉽게 되긴 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경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욕망하게 만들며 경쟁하게 만든다.
차에서 내려 몇 걸음 걸었을 뿐인데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에 슬리퍼 접착제가 녹아 밑창이 떨어져 나갔다.
헐~.
이런 날 라스베이거스 간판 앞에서 인증사진 찍겠다고 나서는 게 맞나 싶었는데, 간판 앞에는 나처럼 죽음의 온도를 무릅쓰고 '보이 지 않는 손'에 이끌려 나온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심지어 뷰포인트에서 제대로 찍어보겠다고 길게 줄 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사진 한 장에 목숨을 걸었다.
팔로워와 좋아요가 목숨처럼 소중한 이들이 있다.
나 역시 브런치에 글을 쓰며, 내가 글을 업로드할 때마다 꾸준히 찾아주시고 내 글을 즐겨주시는 한 분 한 분이 너무 소중하며 진심을 다해 그분들의 마음에 닿고 싶기 때문에, 땡볕에 줄 선 사람들의 마음을 이젠 이해한다.
경험치가 늘어난다는 건 어쩌면 타인을 이해하는 그릇이 깊어지고 커지는 건가 보다.
라스베이거스엔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사람들이 살인더위를 무릅쓰고 찾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세븐매직마운틴스, 살인더위를 무릅쓸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기 보단, 이곳의 알록달록한 바위들을 배경으로 찍은 꽤 봐줄 만한 사진들이 인터넷 바다의 해류를 타고 흘러 흘러 다닌다. 나도 그 사진들 중 한 장을 모방하고자 세븐매직마운틴스를 찾았는데, 라스베이거스의 더위에 슬리퍼에 이어 핸드폰도 항복을 했다.
사진 몇 장 찍어보지도 못하고 더위 먹은 핸드폰의 액정이 까맣게 먹통이 되었다.
고생 끝에 발견한 일상의 소중함이 여행의 이유라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나와 남편의 경우는 힐링, 훗날까지 기억될 행복추구가 여행의 목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메라에 이어 핸드폰까지 해 먹은 여행의 기억이 그다지 좋게 남을 것 같지 않고, 기계도 못해먹겠다는 상황은 힐링의 조건에 부합하는 환경은 아니므로, 진짜 핸드폰까지 어떻게 되기 전에,
라스베이거스 관광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