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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디몬 Aug 13. 2020

이유 없는 가출

8화 자 이제 그 차가운 눈물을 닦고 컴백홈

중2가 되면서 3명의 친구와 친해졌다. 정훈이, 상진이, 채화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 친하게 지냈다. 학교에서 공부는 잘하지 않았지만 다들 못된 친구들은 아니었다. 그렇게 넷이서 잘 어울려 다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채화 친구가 가출을 하자고 했다.

가출이라,,, 딱히 가출을 해야 될 이유는 없지만, 가출을 하면 반항적인 이미지에 뭔가 특별해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친구들과 어떻게 가출할 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디로 갈까, 얼마가 필요한가, 잠은 어디서 잘까 등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했다. 가출을 할 때는 뭔가 옷을 튀게 입고 가야 되나라는 생각도 들고 반항적인 뭔가를 준비해야 되나라는 생각도 들고 가출을 할 생각을 하니 뭔가 셀레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계획을 짰다. 첨에는 거창했다. 어디 부산을 가고 서울을 가고 막 그런 계획을 말했다. 그런데 막상 우리에겐 돈이 없었다. 어디에서 잘 것인가는 돈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여관방을 잡아서 잔다고 치더라도 1박만 하고 면 우리 용돈은 다 바닥날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바도 할만한 곳도 없고, 삥을 뜯거나 해서 돈을 준비할 정도로 못된 아이들은 아니라 돈을 구할 방법이 막막했다.

마치 여행 준비를 하듯 가출을 준비한다는 건 정말 설레기는 했는데, 가출에 대해서도 친구들끼리 의견이 엇갈렸다. 상진이가 돈이 없으니 텐트에서 자자고 했다. 가출했는데 텐트에서 잔다니 뭔가 멋진 느낌이 없다. 나는 텐트에서 못 잔다고 했다. 용돈을 좀 더 모아서 가자고 했는데, 채화가 빨리 가출을 하고 싶었나 보다. 사실 채화네 아버지는 가끔 채화를 때렸었다고 한다. 근데 채화네 아버지가 운동선수 출신이라 한번 때리면 정말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채화가 먼저 가출을 제안했던 거였다.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나는 가출할 이유가 없었다.  집안에 특별히 문제 되는 게 없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딱히 문제 되는 게 없어 가출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는 집 나와서 텐트에서 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친구들에게 가출 안 한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정훈이, 상진이, 채화 셋다 학교를 안 나왔다. 나 빼고 셋이서 가출을 했다. 셋이서 무슨 재밌는 일이 있을까 부럽기도 했다. 나도 같이 갈걸 그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셋다 학교를 안 나오니까 너무 심심했다. 빨리 학교에 와서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은 셋이서 학교를 안 나왔다고 노발대발했다. 나한테도 아는 거 없냐고 역정을 내면서 물어봤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근데 내 느낌에 가출을 했어도 금방 돌아올 것 같았다. 근데 거짓말 같이 그다음 날에 바로 학교를 왔다.

셋이서 텐트를 챙겨서 경남 고성으로 가출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바닷가 쪽으로 가서 텐트를 쳤는데, 첨에는 분위기 좋았단다 뭔가 가출한 기분에 벅차서 텐트를 치고 맛있게 새우깡을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둑어둑한 밤이 되자 상진이가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텐트를 걷고 셋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딱 하루 학교 안 나오고 다시 나온 거다. 어디서 가출했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짧은 가출을 했다. 빨리와도 너무 빨리 왔다. 그 셋이 학교에 왔을 때 나는 마음껏 비웃어 줬다.

그렇게 학교로 돌아왔을 때 그 셋을 기다리는 건 담임의 몽둥이밖에 없었다. 담임은 정말 세게 때렸다. 친구들이 맞는 걸 보고 같이 가출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가출도 어설픈 중2인 것 같다.


체육시간은 일주일에 3시간 정도인데, 체육시간 전에 아이들은 항상 분주했다. 집에서 체육복을 챙겨 오지 않았거나 자기 체육복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반에 들어가서 남의 체육복을 아무거나 들고 가서 입고 처박아 놓는 애들이 제법 있었다. 교실 뒤편에는 체육복이 쌓여 있는 곳이 있었는데, 먼지가 쌓여 있고 냄새도 많이 났다.

하루는 다른 반 친구가 나한테 체육복을 좀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줬는데, 다시 받으러 가니까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그 친구는 내가 돌려주지 않았냐라는 식으로 말했다. 내가 안 돌려줬으니 빨리 찾아서 달라고 하니까 교실 뒤편에 뒤적뒤적거리더니 체육복이 수북이 쌓여있는 곳에 내 체육복도 같이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화가 났다. 다른 반 친구는 그렇게 돌려주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친구에게 내 체육복을 던지며 "깨끗하게 빨아서 다시 가지고 와"라고 말했더니 내가 화난 걸 알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그냥 입으면 안 되냐고 했다.

그래서 난 안된다고 하면서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친구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 친구도 나한테 맞고 바로 덤벼들었다. 둘은 친구들이 말릴 때까지 싸웠고 친구는 코피가 났다. 나는 농구하다가 중지 손가락을 다쳐서 부목을 대고 있었는데 그게 떨어져 나간지도 모르고 친구와 싸웠다. 싸울 땐 몰랐는데 싸움이 끝나고 나니까 손가락이 엄청 아팠다.

다음날 담임이 교실에서 나를 불렀다. 앞으로 나갔는데, 왜 싸웠냐며 물었다. 그래서 그냥 별말 안 하고 있었는데, 내 손에 부목이 대어져 있는 걸 보면서, 나랑 싸운 내 친구의 코뼈가 나갔다며, 나보고 손가락 안 다쳤으면 사람 죽였겠네라며, 나에게 몽둥이찜질을 했다.

친구는 코뼈가 부러진 거에 대해 따로 병원비를 청구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요즘 같았으면 병원비에 합의금까지 달라고 했을 건데, 그러지는 않았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 친구반에 가서 사과를 했다.

먼저 싸움을 하고 먼저 사과를 하는 나는 정말 남자답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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