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난 갖고 싶은 거 다 가져, 하고 싶은 거 다해
원래 나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다. 중1 때까지만 하더라도 영어 성적은 좋았다. 엄마가 국민학교 5학년 때 '튼튼영어'라는 학습지를 등록해줬고 국민학교 6학년 때 영수학원을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했었다. 그래서 중1 때 영어 성적은 거의 100점이었다. 그렇게 중2가 되었다.
초반에 영어 성적은 좋았다. 그런데 영어 선생님의 깜지 숙제는 너무 싫었다. 영어 본문을 몇 번이고 다 적어서 제출하는 숙제였다. 처음엔 본문 3번 적는 깜지였다. 그런데 그게 숙제를 안 해가니까 다시 5번으로 늘었고, 또 안 해가니 10번으로 늘었다. 국민학교 영어 조기교육을 했었던 나로서는 영어를 잘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납득이 가지 않는 숙제였다. 그리고 중2 병에 걸려있던 내 개인적인 영어공부 철학에 영어 깜지는 손만 아프고 볼펜 낭비일 뿐이라고 생각해서 숙제를 안 해갔다.
어느날, 영어선생님은 숙제 안 한 사람은 교실 뒤로 나가라고 했다. 7-8명 정도가 교실 뒤에서 서서 수업을 들었다. 그러다가 수업 중간중간에 서서 수업을 듣는 아이들 중 수업 듣는 자세가 좋은 아이들을 한 명씩 제자리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러다가 내 순서!! 선생님은 나보고 제자리에 들어가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숙제를 내주는 선생님도 싫고, 그 숙제를 안 해간 것 때문에 수업시간 내내 뒤에서 수업들은 것도 싫었다. 그리고 반항적이고 싶었던 것 같다. 자리에 앉으면서 내 책상 위에 내 영어교과서를 가볍게 '툭!' 하고 던졌다.
선생님은 내 행동이 거슬렸는지 다시 뒤로 간 다음에 제대로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다시 이전과 똑같은 행동으로 내 영어교과서를 책상위에 '툭!'하고 던졌다. 지금 생각하면 좀 비겁하지만 여선생님이라고 좀 만만하게 보고 행동했던 것 같다. 그런 나를 보고 선생님은 나에게 교탁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아이들이 보고 있으니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최대한 건들건들하게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지 않고 선생님을 그대로 쳐다봤다. 째려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내 눈빛이 선한 눈빛이 아니라 아마 선생님은 맘에 안 들었을 거다.
앞에 나갔는데 선생님은 나에게 막 뭐라고 했다. 건방지다느니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내 오른쪽 팔을 매로 때렸다. 엄청 아팠지만 안 아픈 척 버텼다. 10대 이상을 오른쪽 팔 어깨 아래 똑같은 자리에 맞았다. 그러더니 선생님은 "이렇게 할 거면 내 수업에서 나가!!"라고 했다. 그래서 교실에서 나갔다. 나가라고 해서 나갔다. 평소에 선생님 말은 지지리도 안 들으면서 이럴 땐 잘 들었다. 오른쪽 팔에 선생님한테 맞은데를 보니 피멍이 들었다. 나도 너무 열이 받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약 한 달간 영어수업을 안 들어갔다. 영어수업은 일주일에 4번 정도였다. 수업에 안 들어간 걸 학생주임 같은 선생님들한테 걸리면 안 되니까 안 보이는데서 농땡이를 쳤다. 그러다가 한 달 뒤 영어수업을 안 들으니 성적이 걱정되기도 하고 혹시 나중에 반항했던 걸 다른 선생님한테 걸리면 안 되니까 영어수업에 복귀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 선생님 수업시간에 교실 밖복도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수업이 끝났을 때 선생한테 가서 "그때는 제가 죄송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수업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한 달의 공백이 컸는지 영어는 수능을 칠 때까지 내게 너무 어려운 과목이 되어버렸다.
1997년 중2 때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라는 브랜드가 있었다. '날개'라는 노래를 부른 언타이틀이 입는 브랜드였다. 1997년 1학기는 아직 IMF시대가 오기 전이라 경기는 좋았다. 그래서 당연히 소비도 많은 시기였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그 당시에 청바지 한벌에 11만5천원 정도 했으니 정말 비싼 바지였는데, 용돈을 모아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매장에 가서 현금을 주고 청바지를 샀다. 다른 친구들은 잠뱅이, 옵트, 스톰, T2R, TBJ 등의 바지를 입었지만 내가 사 입었던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었다. 이름도 프랑스식으로 뭔가 고급지지 않는가??
아무튼 그 당시에 나는 어떻게든 친구들에게 비싼 바지를 어떻게든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하루는 학교를 갈때 교복 바지 대신에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청바지를 입고 갔다.
등교를 늦게 했다. 교문에서 학생주임에게 걸렸다. 학생주임이 어이없어하면서 엎드려 뻗쳐를 시키더니 엉덩이를 3대 정도 때렸다. 왜 청바지를 입고 왔냐고 묻길래 교복 바지가 안 말랐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고는 교실에 갔는데, 이게 웬걸,, 담임이 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내 자리에 앉아서 각목을 무슨 장군들의 검처럼 받치고 앉아서 각목을 나한테 들이밀더니 한마디 했다. "꿇어!!“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담임은 발로 내 이마를 찻다. 그리고 엎드려 뻗쳐를 시켰다. 담임은 엉덩이를 때리면서 물었다. "왜 청바지 입고 왔어?"라고 하자 나는 교문에서 말한 것처럼 "교복 바지가 안 말라서요"라고 했다. 그러자 담임은 "젖은 바지를 입고 학교 오면서 말려야지!"라고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내 엉덩이에 매 찜질을 해줬다.
아침부터 학생주임에게 걸리고 담임에게 걸려서 맞아서 아팠지만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청바지를 자랑 할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아무도 부러워하진 않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