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를 기억하는 일
골목의 끝에서 뒤돌아봅니다.
철물점, 세탁소, 구멍가게, 목욕탕, 정육점, 구두수선집, 빵집. 걸어온 길 위에 그 가게들이 있었습니다. 각자의 불빛을 켜고, 각자의 소리를 내고, 각자의 냄새를 풍기며. 골목은 그렇게 살아 있었습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실제로 몇몇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어느 날 지나가다 보니 셔터가 내려져 있었습니다. 간판이 떼어져 나간 자리가 허전했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조금 더 일찍 올 걸. 조금 더 자주 올 걸. 그런 후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곳들이 있으니까요. 아직 문을 여는 가게들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골목을 걷습니다. 아직 볼 수 있는 것들을 보기 위해. 아직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듣기 위해. 아직 맡을 수 있는 냄새를 맡기 위해.
어떤 분들은 이렇게 물으실지도 모릅니다. "그게 뭐가 중요한데요?" "어차피 사라질 거잖아요." "시대가 바뀌는 건데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에요?"
맞는 말입니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라질 것들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억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사라지기 때문에, 더 기억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온도를 기억하는 일. 그것이 이 책의 목적입니다.
철물점 주인의 손 온도, 세탁소 다리미의 뜨거움, 구멍가게 할머니의 말투 온도, 목욕탕 물의 온도, 정육점 도마의 차가움, 구두수선집 가죽의 온기, 빵집 오븐의 열기. 그 모든 온도들. 체온이 있는 것들. 사람이 만든 것들. 정성이 깃든 것들.
편의점과 프랜차이즈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그것들도 필요하고, 그것들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들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효율과 편리함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치. 그것이 골목에 있습니다. 오래된 가게들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기록을 남깁니다. 언젠가 이 가게들이 모두 사라지더라도,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기억할 수 있도록. "아, 그런 곳이 있었구나." "그런 시간이 있었구나." 그렇게 떠올릴 수 있도록.
기억되는 한, 그것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닙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글 속에, 이야기 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골목의 온도를 느껴보셨나요?
만약 아직 당신의 동네에 이런 가게들이 남아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보세요.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문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공간의 온도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곳이 사라지더라도, 당신은 기억할 것입니다. 그곳이 있었다는 것을.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는 것을. 그곳에 온기가 있었다는 것을.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라지는 것들을 막을 수는 없지만, 기억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질 수 있습니다.
골목은 아직 거기 있습니다.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아직은 거기 있습니다. 가보세요. 천천히 걸어보세요. 문득 멈춰 서보세요. 그리고 느껴보세요.
골목의 온도를.
**2026년 겨울, 골목 어딘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