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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느끼는 세상이 글이 된다

창작자의 특권

by 서이담
img.jpg 출처: EBS 건축탐구 집

최근에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건축탐구 집" 이 있다. 한국에 이렇게 많은 집들이 있었나 할 정도로 정말 다양한 집들과 거기에 사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남의 집 구경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고들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한테 참 잘 맞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


어느 날 프로그램에서 예술가들의 집을 테마로 방송을 한 적이 있다. 이때 화가 김보희 씨의 제주 집과 그녀의 작품들을 같이 보여주었는데 작품도 너무 멋지고 집도 이국적이고 멋져서 감탄을 했었다. 인터뷰 중에 그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제가 보고 느끼는 세상이 그림이 되는 것 같아요.


아주 당연한 말이었는데 그날은 이 말이 되게 크게 다가왔다. 한 때는 내가 유명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마음먹은 적도 있었다. 그게 내 글 때문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자꾸 글에 힘이 들어가고, 제목 짓는 것도 온갖 생각을 짜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매일 써보겠다는 내 목표가 의무감처럼 되어 가기도 했다.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다. 그냥 글 쓰기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으니 부차적인 것들은 덤으로 오는 거였다. 화가의 말을 들으며 다시 초심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가 그저 즐거웠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내가 보고 느끼는 세상이 내 머릿속에서 그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창작물로 남겨지는 것, 그것 자체가 창작자의 특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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