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르웨이, 판타지를 꿈꾸다
판타지다. 판타지.
몇 해 전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남편과 열렬히 시청한 적이 있다. 대사 하나하나를 읊조릴 정도로 정말 좋아했던 드라마다. 드라마에서 이선균 씨가 맡은 박동훈이라는 대한민국의 흔한 직장인 역할은 보면 볼수록 흔하지 않았다.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손해를 보더라도 약한 동료를 돕는 모습. 현실에서 이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기에 이 드라마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가장 판타지스러웠다.
노르웨이 여행도 그러했다. 코로나가 극에 달했던 2021년 가을, 나는 넷플릭스에서 맷 데이먼 주연의 "다운사이징"이라는 영화를 보다가 한 장면에 꽂혀버렸다. 바로 주인공이 배를 타고 작은 사람들의 유토피아로 가는 장면이다. 그 장면 속에 나오는 풍경이 장관이었다.
"저길 가야겠다. 아니 저기 내년에 꼭 간다!"
내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왔다. 얼른 촬영지를 찾아보았다. 그곳은 노르웨이 었다.
그리고 2022년이 되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를 좀 쉬기로 결정했다. 쉬는 동안 뭘 할까 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노르웨이를 떠올렸다.
노르웨이 여행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의 아저씨처럼 잡힐 법 하지만 잡히지 않는 여행이랄까.
직항도 없고*, 나라가 길어 보고 싶은 여행지를 한 번에 돌아보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물가가 비쌌다. 맥도널드 햄버거 세트가 우리 돈으로 2만 원 정도 한다고 하니 말 다했다 싶다. 어디를 여행해야 할지, 어떤 교통수단으로 여행을 해야 할지, 얼마나 여행을 해야 할지 정하는 일도 생각보다 복잡했다. 북유럽 여행코스는 꽤나 많았지만 노르웨이만 다녀왔다고 하는 분들은 잘 없었다. 초반에 여행 경로에 꼭 넣고 싶었던 '로포텐'이라는 곳도 수도인 오슬로와 꽤 멀어서 함께 다녀오고 싶었지만 그런 후기들이 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결정이 남았다. 남편이 여섯 살 된 우리 집우리집 꼬맹이를 꼭 데리고 가고 싶어 했다. 심지어 친정 엄마가 아이 데리고 여행을 하면 힘들다면서 "봐주시겠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남편은 고민했다. 말인즉슨 이랬다.
이제 아이가 어느 정도 엄마 아빠와의 애착이 커져서 1주 이상 떨어져 있게 되면 굉장히 힘들어할 거다. 어쩌면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치면 '아이와 함께 오면 좋았을 걸!' 하면서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기억에는 남을 일을 만들어보자.
물론 힘들 것이다. 여행을 하지 않는 지금도 아이와 24시간 붙어있다 보면 매우 힘드니까 여행지에서는 얼마나 힘들지 가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무모하게 우리는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이의 기억에는 남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기억할 테니까.
여행 루트를 수정했다. 아이와 함께하기 좋은 방향으로 일정을 줄이고, 험난한 트래킹 코스도 최소화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대자연 탐험'이라는 곁에 두기 어려운 두 가지 목표를 가진 판타지스러운 여행을, 그래도 젊은 우리 부부가 한 번 해보기로 했다.
도전!
*노르웨이로 가는 직항 편이 없다.(22년 3월 기준) 그래서 핀란드나 네덜란드,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들을 거쳐 들어가는 게 최선이다. 심지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때문에 그나마 빠른 항공편도 7시간가량7시간 가량 길어졌다. 우리는 비교적 저가 항공인 핀에어를 타려고 했다가 티켓이 취소되자 이번 달에 다시 카타르 항공으로 예매를 했다. 다사다난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