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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바람을 빼고 사막 건너기

열정이라는 이름의 조급함을 버리고회사 생활하기

by 서이담

“푸쉬이이~”


잠이 오지 않아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의 재방송에서 타이어 바람을 빼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배정남 씨가 디자이너 친구들과 두바이를 여행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거기서 나온 장면이었다. 배정남 씨 일행이 사막 투어를 하려고 근교로 나갔는데, 운전기사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바람을 빼야 한다고 했다. 타이어 공기압을 빼줘야 저항이 약해져 바퀴가 푹신한 사막 모래 속에 빠지지 않고 달릴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면서.




그 장면을 보는 데 갑자기 내 신입사원 시절이 오버랩되었다. 바짝 군기가 들어가 열정과 패기로 가득 찼던 나는 이상하리만치 자잘한 실수들을 참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무슨 일을 하든 능력에 비해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 뭐든 잘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마음이 조급했다. 마음이 급하니 단순한 기안을 쓰는 데도 어쩜 그리 허둥거리게 되던지. 한 번은 선배가 “너 그렇게 하다가 꼭 실수한다.”라고 했는데, 바로 1분 후 선배가 예견한 그 실수를 했던 적도 있다. 엄청 부끄러웠다.




돌이켜 보면 사막을 건널 때 잠깐 쉬며 타이어 바람을 빼는 것처럼 나에게도 힘을 빼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 대학생활과는 180도 다른 직장에서 내가 몸에 익었던 질서와 체계를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익혀가야 했으니까. 혼자서 하기보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배워야 했었다. 그런데 무작정 예전에 하던 대로 빨리빨리 일을 하다 보니, 사막 고운 모래에 바람을 가득 채운 타이어가 푹푹 빠져 속력이 나지 않듯 이리 뒤뚱 저리 뒤뚱 하는 날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열정을 버리라고 알려주고 싶다. 열정으로 포장된 조급한 마음은 버리고 좀 더 천천히 변화를 받아들여 보라고. 처음엔 속도가 늦어 보인다 할지라도 신중하고 꼼꼼하게 조금씩 익혀나간다면, 나중에는 어렵고 복잡해 보였던 일 따위 금방 끝낼 수 있게 될 테니까. 오히려 초장에 너무 속도를 내다가 일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다면, 정말 뭔가 알아서 해야 할 때에 더 많이 헤매게 될 거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으로 일 못하는 신입사원 때문에 골치가 아픈 분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조금만 더 친절하게 업무를 설명해 달라고. 기왕 알려준 업무방법, 한 번 더 물어봐도 웃는 얼굴로 가르쳐주자. 여러 번 알려주기가 귀찮다면 업무 순서나 방법을 문서화해서 공유해 주면 가장 좋다. 설령 본인이 자신의 옛 사수에게서 그렇게 상세하고 열심히 업무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좀 개선된 사람이 되어보자. 빠른 시간 내에 1인분의 일을 잘 해내는 후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배들도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신입사원이 실수를 한다고 해도 “넌 도대체 왜 그러니?” 하며 자신은 그런 실수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지는 말자. “괜찮아 나는 이런 실수도 해봤어.”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는 선배가 더 멋져 보인다.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다.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


Photo by Karim MANJR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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