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 괜찮다 위로하는 연습하기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박나래 씨가 길거리에서 했던 강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저에게는 개그맨 박나래, 술 먹는 박나래, 디제잉하는 박나래, 요리하는 박나래 등등 수많은 모습이 있어요. 그래서 개그가 재미없다는 악플을 받을 때엔 제 스스로 '괜찮다. 나에겐 디제잉하는 박나래가 있잖아'라고 생각하곤 해요.”
한 부분에서 자신이 상처 받으면 그게 인생의 끝이 아니고, 나에겐 또 다른 모습의 자신이 있다는 걸 상기시키고는 툭툭 털고 일어난다는 그녀의 모습이 참 당당해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 ‘부캐(당사자와 완전히 인물인 '다른 캐릭터’라는 콘셉트)’라는 단어가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게 되면서 박나래 씨가 예전부터 이런 개념을 자신의 인생에 잘 적용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언젠가는 중국 시인에 관련된 책을 읽다가 두보라는 불운한 문인에 대해 알게 되었다. 관직에 나아가 인정도 못 받고 술만 마시며 한탄으로 평생을 보내야 했던 그의 인생을 보며 그가 참 안쓰럽다고 느껴졌다. 어느 날 회사 선배 한 분과 잡담을 하다가 두보의 인생 이야기를 했다.
“선배님, 두보의 인생 너무 서글프지 않아요?”
“근데, 너무 서글프게만 볼 건 아니야. 어쩌면 두보는 정치 실력이 별로였을지도 몰라. 정치적으론 무능하지만 시는 잘 쓰는 사람이었던 거지. 시인으로 이렇게 몇 백 년 후의 사람들인 우리한테까지 알려진 사람이니 꼭 그 사람이 불쌍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말을 듣는 데 박나래 씨의 말이 떠오르면서 두보라는 인물이 비록 정치가로서는 별로였지만, 시인으로서는 성공했기 때문에 그의 인생은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직장에서 상사와의 불화가 생기거나,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등 문제가 생기면 그 상황이 아주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면 쉽사리 절망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그 문제가 나의 여러 캐릭터들 중 직장에서의 부캐 하나에만 닥친 것일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나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이를 한정 짓는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 문제 때문에 자괴감의 늪에 빠진 나를 구해줄 수 있을 거다.
‘잘 못해도 괜찮다. 다른 데서 더 잘하면 되지.’
이런 말을 나 스스로에게 자주 해주려고 한다. 한 분야의 내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다른 부분의 내가 부정당하는 것은 아니니까. 설령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나는 나를 끝까지 지지해줘야 한다. 그리고 내 주변에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좀 자주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건 너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너에겐 또 다른 네가 있다고.
사진: 놀면 뭐하니(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