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기대하지도 너무 무리하지도 말자
동상이몽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모범남편의 대명사인 최수종 씨가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
결혼 초 아내인 하희라 씨가 정리를 잘 못해서 힘들었다고. 하지만 잔소리를 하지 않고 아내가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자기가 다 정리를 했다고 한다. 부부끼리 잔소리를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옆에 있던 게스트들이 다 경악을 했다. 텔레비전을 보는 나도 그랬다. 최수종 씨는 그냥 묵묵히 옆에서 정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아내가 자기가 하는 모습을 보고 정리를 따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날 그의 말은 나를 한 번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는 내 기준에 맞지 않게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 일을 지적하고 또 이를 고치도록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특히 가까운 남편에게 그랬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이렇게 지적을 할 위치도 안되고 또 뒷감당할 용기가 없어 차마 지적을 할 수 없었기에 내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속으로만 비난했다. 당연히 나의 생각이 그 사람을 바꾸지는 못했다. 지적을 실제로 했던 남편도 행동 하나 바뀌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냥 내 기분만 나빴다.
"사람 참 안 바뀐다.”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말일 거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도 바꾸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일로 만난 사이에선 말할 것도 없다. 만약 내가 상대방을 바꾸려고 했다고 해도 그 사람은 나의 그런 태도를 고마워하기는커녕 나를 ‘꼰대’로 치부하고 비난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도 저 사람이 내 마음 같지 않다고 속으로 혹은 겉으로 비난했다니. 참으로 어리석도다.
‘내가 이만큼 해 주었기 때문에 저 사람도 당연히 내게 이만큼은 해줘야겠지.’
바로 이 마음 때문에 나는 매일 직장에서 상처를 받고 또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특히나 나 자신이 옳다고 믿었기에 이런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친절한 태도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기준이 완벽하게 맞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는『좋은 사람 이길 포기 하면 편안해지지』라는 그녀의 책에서 ‘관용이란 타인에게 아무런 기대도 갖지 않는 냉소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요즘은 그 냉소적인 마음을 매일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든 혹은 먼 사람이든 그 사람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실망하지도 화내지도 않는 연습을 해보는 거다.
그렇게 연습해서 생긴 냉소적인 마음으로 기대 없이 사람들을 대해다 보면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지만 호의와 친절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예상치 못했던 이런 호의와 친절이 내게 행운처럼 일어났다고 더 감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껏 기대하고 실망했던 때와는 다르게 말이다.
어쨌든 너무 기대하지 말자. 동시에 다른 사람의 기준을 맞추려 너무 무리 하지도 말자.
Photo by Sam Moqadam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