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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쁠수록 괴로워진다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되겠지 마음먹어야 편하다

by 서이담

내 영업 실적이 전례 없이 좋았던 적이 있다. 당시 나는 해외에 있는 고객사에 우리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침 터진 코로나로 위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위생과 관련된 회사 제품이 더 많이 팔리게 되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계획으로 잡았던 연간 실적을 6개월도 안되어 모두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기분은 좋았지만 솔직히 내가 뛰어나게 잘한 것은 별로 없었다.


‘올 한 해는 편안히 회사생활할 수 있겠다!’


이렇게 주문이 물밀듯이 들어오던 첫날 나는 신이 났다. 늘어난 주문량을 생산부서에 전달하면서도 어깨에 뽕이 들어간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갑자기 주문량이 2배 이상으로 늘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졌다. 주문받은 제품에 들어가는 하위 자재들 중 몇 가지가 중국 공장에서 제조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현지 생산이 중단되었던 것이다. 현지 공장에서 나름 긴급하게 상황 수습을 한 뒤에도 거리 두기 정책 때문에 공장 안의 모든 직원이 나와서 정상적으로 근무를 할 수 없었다. 고객은 자꾸만 주문된 제품이 최대한 빨리 생산되어 도착하기를 재촉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생산 시점을 거래선에 알려 주기마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상황을 설명하고 고객사에 조금 더 기다려 달라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매일 유관부서와 현지 상황에 대해 체크하고 생산시점을 확정시켜달라고 요청을 했다. 주문이 밀려드는데도 판매 시점을 잡지 못해 발에 불이 떨어진 고객사에서는 드디어 며칠까지 주문한 제품 공급 시점을 확정하지 않으면 오더를 취소시키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이때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꿈에서도 이 상황을 수습하는 내 모습이 보일 정도로.




겨우 중국 현지에 나가 있는 회사 주재원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자재 공장에 연락을 취하고, 고객사에 예상되는 생산시점을 공유했다.


'내가 기뻐했던 만큼, 그 무게대로 내가 고통을 받는구나.’


한 숨 돌리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가 뿌듯해했던 일이 무너지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지 싶다.




그리고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 않았던 몇 달 후 해외 고객사에서 또 대량 오더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크게 기뻐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를 받아들이려고 부단히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그리고 역시나 지난번처럼 자재 수급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괴롭지는 않았다. 될 일은 되고, 안될 일은 안 되겠지 하고 마음을 먹으니 조금 편해졌다.




살아가면서 내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걸 더욱 실감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새옹지마'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어서 사용하신 것 같다.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해서 너무 기뻐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기뻐한 만큼 좌절할 수도 있으니까. 차라리 기쁜 일이 오면 ‘이 기쁨도 지나갈 거야.’ 하고, 슬픈 일이 오면 ‘이 슬픔도 영원하진 않아.’ 하면서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 낫다고 이런 말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다.


어차피 행복한 상황과 불행한 상황은 내 의지대로 오지 않는다. 행복을 연장시키려 억지로 애쓰기보다 그냥 어떤 상황이든 그 자체를 온몸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마음에 평안함을 더 채우라고, 그런 연습을 하라고 내게 이런 일들이 생겼나 싶기도 하다.


Photo by frank mckenn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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