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선배였을까?
한 임원 분의 일화다.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회생활 선배가 누구냐는 물음에 그 임원은 이렇게 답했다.
"제가 처음 출장을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 당시에는 출장비가 일정 액수로 정해져서 지급되던 때라 경비를 아껴서 수당을 더 챙겨가려고 방을 같이 쓰던 관습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저도 그 선배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지요.
그런데 아침 일찍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실눈을 떠 방안을 살펴보는데, 나와 같이 출장 온 선배가 제 구두를 닦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그 선배가 가장 기억이 납니다."
나도 감동받았다. 후배의 첫 출장에 동행해 후배보다도 일찍 일어나 구두를 닦아주는 선배라니. 그 얘기를 듣던 당시에는 나도 많이 어렸던 터라 '나도 그런 선배를 만났으면 좋겠다' 하는 정도의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올해 내가 맡았던 업무 중에 가장 특이한 업무는 바로 인턴들을 뽑고 인턴십 과정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정식 과정이 아닌 외부 업체와 함께 진행되는 간이 과정이었기에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전혀 해본 적 없는 업무인지라 정말 재미있게 했다. 내 손으로 면접 서류를 검토하고, 면접관으로 참여해서 사람들과 마주하고, 또 그렇게 뽑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모든 과정에 본업보다 더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턴 중 한 명이 우리 회사 공채를 썼다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챙겨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고 또 정말 똑똑한 친구인데 우리 회사가 인재를 못 알아봤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친구를 어떻게 달리 채용할 방법이 없을까? 임원 분께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하며 머리를 굴려봤다. 직속 상사에게 상담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방법이 모두 너무 무리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안 하니만 못한 일을 하기보다는 남은 인턴 기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그 친구들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가급적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주고, 문제가 있으면 열심히 해결을 해 주는 것, 그분들을 배려하면서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는 그런 것 정도. 그런데 그 이상으로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도 든다. 구두를 닦아주는 마음으로 그의 앞날이 기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뿐.
속이 많이 상했을 그 인턴에게는 절대 당신이 모자라서가 아니고 우리 회사가 당신을 담을 그릇이 못되어서 그런 거라고 토닥토닥 진심이 담긴 위로를 건넸다. 그리고 꼭 더 좋은 회사에 입사하기를 바란다고 말을 해 주었다. 진심이었다.
올 해는 코로나 때문에 취업이 더 어렵다고 한다. 신규 채용을 아예 하지 않는 대기업들도 꽤 많은 것 같다. 나 역시도 채용이 되지 않아 마음이 어려울 때가 있었다. 그때는 다 내가 부족해서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 사람을 뽑는 일을 해보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출중한 지보다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인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본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 결국 운이다.
그래서 만약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 취업을 준비하는 분이 있다면 너무 상심 말라고, 어딘가에 당신에게 꼭 맞는 자리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당신을 한계 짓지 말고 더 큰 가능성에 도전해 보라고도.
Photo by Lina Verovay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