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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접받기를 바라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내 속마음을 누가 읽기라도 한 듯이 일어나는 일

by 서이담



며칠 전 일이다.


6일 연속으로 회사 시스템에서 일 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자동 알림 메일이 왔다. 일 처리를 해 주는 선배에게 확인을 해봤더니 자신은 모든 절차를 다 완료했는데 왜 이런 메일이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분은 평소 일 처리가 꼼꼼했고, 반대로 내가 일 처리가 미숙한 부분이 있으면 가차 없이 지적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이 분의 대답을 100% 신뢰했다. 답답한 마음에 회사 IT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서 어찌 된 일인지 물어봤다. 그 날은 IT 시스템 담당자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IT 담당자가 준 답변을 선배에게 메일로 전달하고 집으로 왔다.


그런데 다음 날 그 IT 담당자에게 메일이 왔다. 자세히 확인해보니 일을 다 처리했다던 선배가 내가 물어본 뒤에야 IT 담당자에게 처리를 요청했다고 했다. 내가 분명 그 날 그 선배에게 처리가 완료되었냐고 물었을 땐 이미 완료되어서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실은 내 말을 듣고서야 일 처리를 한 것이었다.


그 메일을 보고 상황을 파악한 후 내 안에서 이런 말을 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쳐 올랐다.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사실은 제가 다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 태연하게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한 그 선배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평소에 내가 작은 실수라도 하면 그걸 크게 부풀려서 망신을 주곤 했던 선배였기에 다른 사람에게 그 일을 소문내고 그 선배에게 똑같이 갚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욕구를 꾹 참고 "저번에 문의드렸던 일은 잘 처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정도로 선배한테 안내를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치졸해지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뿌듯했던 몇 안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내가 팔아야 할 제품에 대해 문의할 일이 있어서 유관 부서에 연락을 할 일이 있었다. 그 제품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내용이 많아서 메일로 문의를 하기 전 담당자에게 메신저로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A제품에 대해 문의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시간 되실 때 알려주시면 전화드릴게요"


이렇게 메신저를 보냈는데 그 담당자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 이렇게 전화까지 주다니 고맙다는 생각에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담당자가 다짜고짜 나한테 면박을 주는 것이었다.


"A제품이라니 어떤 제품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 제품은 개발이 끝난 지 한참 된 거라 말씀하시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제대로 알고 계신 것 맞나요? 혹시 B 제품을 말하시는 거라면 자료를 다 가지고 있어서 드릴 수는 있는데 우리 팀 전체를 넣어서 메일로 요청해 주셔야 하는 거 아시죠?"


담당자 말투에 겉멋이 가득해 좀 재수가 없었다. 자기가 잘 아는 사실이면 기분 좋게 알려줄 수도 있을 텐데 굳이 왜 이런 식으로 내 실수를 들추면서 말하는 걸까. 심지어 이 담당자가 나보다 늦게 입사한 후배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되었다.


‘싸가지 없는 놈’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며칠 전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행동을 이 후배는 그저 입 밖에 뱉어냈다는 점, 결국 이 사람이나 나나 같은 생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인정하긴 싫지만 이 사람이 했던 행동이 곧 내 마음속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자 내가 남의 실수를 들춰내려고 했던 것들이 상대방에게는 얼마나 유치하고 치사한 일인지 그리고 얼마나 싸가지 없게 보일지 새삼 크게 와 닿았다.


내가 남을 대접한 대로 내가 대접(당하고)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랄까?


Photo by Gor Davty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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